공교육 살리기, MB는 "경쟁" 교총은 "지원"

2007.10.18 10:17:12

MB ‘10.9 교육공약’ & 교총 ‘대선공약과제’
학교 다양화.자율화는 ‘大同’

이명박 후보의 교육공약 ‘학교 만족 두배, 사교육 절반 5대 프로젝트’와 지난달 교총이 제안한 ‘17대 대선 교육공약과제’를 들여다보면 이 후보가 敎心의 반은 끌어안고 반은 외면한 것으로 평가된다. 학교 다양화․자율화로 평준화를 보완하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공교육 내실화 방안으로 교원평가 입법화, 학교별 성취도 공개 등 경쟁논리만을 내세운 것은 교육재정을 확충해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교원의 전문성과 사기를 진작해야 한다는 교총의 제안과 상당히 동떨어진 부분이다.

●고교 유형 다양화
MB=창의적․자율적인 교육방식의 다양한 고교를 설립해 학생, 학부모에게 선택권을 줘 사교육비를 절반까지 줄인다는 전략이다. 이 후보가 공약한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농촌지역과 중소․대도시 낙후지역에 150개 ‘기숙형 공립고’를 지정하고, 전문계 특성화 고교인 ‘마이스터 고교’를 50개 육성하며, 국가 통제를 받지 않는 ‘자율형 사립고’를 100개 만드는 것이다.

해당지역 학생을 우선 입학시키는 기숙형 공립고는 가정형편에 따른 맞춤형 장학금까지 지원해 가난한 학생을 배려하고 교육 때문에 지역이 낙후되는 악순환을 끊겠다는 내용이다. 마이스터고는 학비 면제, 교육과정 및 교원 채용에 있어 자율이 보장되는 학교고, 자율형 사립고는 기존 자립형 사립고와 비슷한 형태다.

법인전입금 제한을 학생납입금의 ‘10% 이상’으로 낮춰(현행 자사고는 20% 이상) 최소 100개를 전환시키고 이들 학교에 지원될 보조금 2500억원을 소외 지역․계층 학생 지원비로 활용할 계획이다.
교총=특성화된 교육프로그램을 갖춘 다양한 유형의 고교를 설립하고 학생, 학부모에게 선택권을 확대해 평준화를 보완하자는 면에서 대부분 일치한다. 교총은 자율학교와 자립형 사립고의 확대를 제안하고, 특히 자사고 확대를 통해 확보된 재원을 평준화 지역 내 기피학교에 특별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나아가 희망 사학을 평준화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통학거리와 교육여건을 고려한 학군 광역화로 학생, 학부모의 선택권을 넓히는 것도 요구하고 있다. 또 일반-전문계고를 통합해 일반-직업계열을 동시에 운영하고 전문계 고교 중 경쟁력을 갖춘 학교는 특성화고로 전환하자는 입장이다.

●3불 정책 및 대입 자율화
MB=과거 선배의 성적․진학실적을 기준으로 학교별 가점 등을 주는 획일적 고교등급제는 반대하면서도 학교별로 천차만별인 학생 수준을 객관적이고 공정한 자료를 토대로 반영하는 것은 허용할 것을 제안했다.

본고사에 대해서는 한시적 금지 쪽이다. 이 후보는 대학이 본고사 없이 특화된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할 단계에는 본고사 시행 여부도 자율화하겠다는 약속이다. 기여입학제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 후보는 ‘3단계 대입자율화’ 약속도 내놨다.
대학이 학과 특성에 따라 학생부와 수능반영 비율을 자유롭게 하고(1단계), 수능 응시과목을 4~6개로 축소하며(2단계), 자체 선발제도를 구축한 시점에서 대입을 완전 자율화한다(3단계)는 로드맵이다. 이 후보는 “입시를 자율화하면 대학이 특성에 맞는 전형제도를 만들 것”이라며 “반드시 본고사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은 과거의 발상”이라고 말했다.

교총=획일적인 고교등급제는 금지하되 학생들의 객관적인 학업성취수준 반영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후보의 공약과 같다. 획일적인 국영수 위주의 지필고사는 지양하는 대신 대학이 모집단위별 자체 전형을 실시하거나 학생선발에 자율권을 확대하는 제안도 비슷하다.

단,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는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확연히 다르다. 나아가 교총은 입시가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인을 진단, 억제하기 위해 국무총리 산하에 ‘사교육비경감대책위원회’를 설치, 상설 운영할 것을 제안한 상태다.

●기초학력 제고
MB=학교가 살아나야 사교육이 준다는 전략에서 이 후보는 전체 초등 3학년을 대상으로 기초학력진단 평가를, 중고교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해 부족 부분을 진단․보완하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 제로플랜’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평가 후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 전년대비 성취수준 향상도, 교과목별 성취수준 등을 공개하는 ‘학교별 학력정보 공시제’를 도입하고 성과가 부진한 학교는 원인 진단을 통해 해결책을 내놓게 하고 행재정적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교총=학교 살리기가 평가와 공개를 통한 경쟁 유도에 무게를 둔 점은 교사와 학교를 개혁 대상으로 보는 기존 정부의 시각과 다를 게 없다는 입장이다. 교총은 “저학력은 도시 저소득층, 농산어촌 등 사회구조적인 원인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며 “태부족한 전담교사, 넘치는 상치교사, 전문강사 없는 방과후 학교 등 교내 환경과 변변한 학원조차 없는 외부 조건에 놓인 3000여 개의 기피․소규모 학교에 대한 구조적 해법과 획기적인 행재정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이 후보기 내건 ‘전수평가’와 ‘학교별’ 공개는 학교서열화와 학교 교육과정 왜곡, 사교육 증대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다. 대신 충분한 표집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는 최소 시도 단위, 나아가 시군구 수준까지 공개를 검토해 국가, 지자체가 지역교육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물론 이 때도 학생, 교사, 학교 정보는 식별하지 못하도록 코드화한 상태에서 제공하자는 입장이다.

교총은 학교를 경쟁시키기보다는 ‘교육복지지원법’(가칭) 제정 등을 통해 저소득층, 기초학력미달자, 학업중단자 등에 대한 지원과 농산어촌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기반조성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학생 특성에 따른 맞춤형 교육프로그램 운영, 교육복지사 배치,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확대, 교육복지 예산의 안정적 확충이 법안의 골자다.

●좋은 학교 만들기
MB=교사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교원평가를 입법화하고 연수, 자격 등과 연계할 것을 제안했다. 또 5~10년 주기로 연구년 제도(6개월~1년)를 운영해 교사들이 자기계발의 시간을 갖도록 했다. 이 후보는 “교원평가는 성적이 나쁜 교사를 퇴출하는 목적이 아니라 연수나 재충전의 기회를 준다는 게 취지”라고 말했다.

교육계 안팎의 인사들로 구성된 ‘국가교육과정위원회’를 설치해 교육과정 개편방안을 수립하고 불필요한 학습부담 내용은 덜어내는 한편, 학교 단위 교육과정 편성․운영을 유도하기로 했다. 또 인구 과밀지역의 학급당 학생수 감축도 공약에 포함됐다.

교총=현재 실시 중인 교원평가(근평)를 전문성 제고에 기능하도록 개선하는 데는 찬성하지만 500여 시범학교 운영을 충분히 한 후, 평가당사자가 모여 그 결과를 분석해 개선안을 신중히 마련해야 한다는 게 기본 요구다. 지금처럼 학생, 학부모가 평가에 무조건 참여하는 건 결코 전문성과 관계없다는 견해다. 교총은 “이 후보가 구체적 평가내용과 방안도 없이 연수, 자격 등과 연계시키며 입법화부터 내건 것은 순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좋은 학교를 이끌 우수교원을 고작 ‘평가’로 확보하려는 미시적 시각이다.
교총은 우수교원확보법 제정, 교원양성․임용체제 내실화 등 보다 큰 그림을 제안했다. 공무원 총 정원에서 교원을 제외해 법정정원을 확보하고, 교원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국가, 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강화하며, 교원 보수수당 현실화로 사기를 진작시키자는 게 우확법의 골자다. 나아가 교총은 “2정→1정→선임→수석교사로 나아가는 교수직렬을 둬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극대화 하는 방안이 이 후보의 공약에 전혀 반영되지 못한 부분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이 후보가 사교육비를 잡을 공교육비 증액 방안, 즉 교육재정 확충 의지를 구체적으로 내놓지 못한 것도 아쉽다는 지적이다. 교총은 “학급당 25명의 학교, 주당수업시수 법제화, 생동감 넘치는 수업, 수준별 수업을 가능케 할 교재교구의 확충에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며 교육재정 GDP 6% 확보 방안 제시를 촉구했다.

한편 교원연수년 제도는 교총도 10년 주기로 국내외 연수 등 특별휴가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후보와 같은 맥락이다.
조성철 chosc1@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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