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경시대회’ 창의성 개발의 毒

2007.11.05 14:00:05

국가교육과정 4, 5차 포럼

최근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열린 ‘국가교육과정 제4, 5차 포럼’에서는 ‘창의성 교육 방법과 미래사회를 살아갈 학생의 역량’에 초점을 둔 토론이 이어졌다. 12월까지 계속되는 이번 포럼은 교원들의 다양한 의견 제시의 문(curri.moe.go.kr)도 열어놓고 있다.

평준화는 수정・보완해야
노도영(광주과학기술원 교수)=정부는 사교육 폐해 최소화를 명분으로 중등교육의 다양성을 억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표준 교육과정으로 만들고 그 틀 안에서 교육하고 평가하게 규제하는 획일적 교육 방식은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도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다. 고교 평준화 정책은 따라서, 수정 보완되어야 하고, 창의적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교원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선행학습 역시 창의성을 헤친다. 가장 나쁜 점은 학생들이 이해 못하는 것을 배우도록 강요될 때, 외워버린다는 것이다. 창의적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선행학습에 대한 심도 있는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경시대회 역시 마찬가지다. 경시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우수한 많은 학생들은 어려운 문제 해결에 많은 시간을 보낼 뿐, 자신들 만의 독창적인 생각을 계발하는 능력을 배양할 기회를 잃어가는 것이다.

창의성 개발은 ‘논술’로
임선하(현대 창의성연구소장)=인간이 가치 있고 의미 있게 추구하는 모든 영역에서는 창의성이 핵심적으로 요구된다. 이런 영역을 필자는 ‘논술’이라고 생각한다. 논술은 단순히 글을 쓰는 행위가 아니고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조선시대 인재 선발을 위한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인 책문(策文)은 오늘날의 논술과 다르지 않다. 문제의 유형도 그렇고, 채점 기준도 그렇다. 자신의 생각을 잘 드러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활동이 있어야 한다. 논술 교육은 학습자들의 원초적인 감각과 진실된 지각을 자극하는 활동(述 수준)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자신의 생각을 첨가하고(說 수준)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견주어(疎 수준) 더 큰 생각(論 수준)으로 이끌어 역사의식을 갖는(經 수준) 교육이 되어야 한다.

수행평가와 논술로 평가 고급화
유종일(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교육을 고급화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교과과정을 바꿔야 한다. 공급자의 사정은 따로 고려하고, 우선 수요자 입장에서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교육의 고급화가 우수한 학생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현재는 저급교육을 하면서도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은 방치되고 차별받고 있다. 누구나 자기 수준에서 최대한 깊이 있게 공부하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평가를 고급화해야 한다. 내신・수능의 문제가 아니라 진짜 실력을 측정하는 평가, 그래서 진짜 실력을 고취하도록 유도하는 평가가 필요한 것이다. 학교에서의 평가는 과목성격에 따라서 수행평가를 많이 반영하고, 시험은 가급적 논술형 고급시험으로 가야 한다. 대입시도 논술형으로 가야 한다. 그 대신 학생들은 자기 관심 분야 몇 가지만 선택해 시험을 치르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인성교육 하려면 대입시 없애야
이공훈(학벌 없는 사회만들기 대표)=
초중등교육의 성공여부는 인성의 품질이라고 본다. 그 이유는 초중등교육에서 배우는 지식은 사회에서 그리 소용이 될 만큼 수준이 높은 것이 못되고 정말 중요한 것은 필요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해주면 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성교육을 지식교육보다 중요하게 가르칠 수 있을 것인가. 대학 들어가는데 시험을 보지 않게 해야 한다. 이때의 시험은 본고사는 물론 수능도 보지 않게 하고 내신도 전국단위로 획일적으로 평가된다면 보지 않게 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런 내신은 말만 내신이지만 긴 시간에 걸친 수능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이 시험을 보아 성적순으로 선발하지 않는 것도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된다고 보는 바이다.
서혜정 hjkara@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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