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공립고에 대한 열망이 뜨겁다. 17대 대선 후보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150개의 기숙형 공립고교와 50개 마이스터고교를,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우수공립고 300개를 세우겠다는 공약을 최 일선에 내걸고 있을 만큼, 고교교육 수월성 제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교육개발원은 20일 ‘영국의 교과 특성화학교, 교육의 수월성과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국제지역교육포럼을 열었다. 영국의 성공 공립고 사례로 불리는 ‘교과 특성화학교’란 어떤 학교이며, 시사점은 무엇인 지를 박형충 교육부 인적자원정책본부 사무관의 주제발표 내용을 통해 살펴본다.
학교 조성금(8만 파운드)있어야 신청 가능
교과 특성화 학교=영국 정부가 중등교육의 수월성 추구를 위해 실시한 학교 다양화 시책의 하나로,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것 이외에 특성화 교과를 중점 육성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모든 공립 중등학교는 특성화 학교 지원이 가능하며 테크놀로지, 외국어, 스포츠, 예술, 경영 및 기업, 과학, 수학 및 전산 공업, 인문학, 음악 등 분야에 지원하거나 두 가지 분야를 연합해 지원할 수 있다. 특성화 학교로 선정되면 정부로부터 각종 특혜와 행・재정적 지원이 주어지는데, 선정받기 위해서는 8만 파운드(약 1억)정도의 자체 조성금을 만들어야 하며, 특성화 교과 중심으로 학교와 지역사회가 협력할 4년간의 발전 계획을 수립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립 중등교 85% 특성화 프로그램 운영
현황=1994년 테크놀로지학교를 시작으로 계속 확대, 성공적으로 운영되어 왔으며 2007년 현재 전체 공립 중등학교의 85%가 특성화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 전역에 걸쳐 분포되어 있으며 약 260만 명의 학생들이 이 학교에서 교육받고 있다. 특성화 학교의 학력향상 기록은 괄목할만하다. GCSE(중등교육자격시험) 결과, 특성화학교 학생 60.6%가 GCSE의 5과목에서 좋은 성적(A*-C)을 거둔 것에 비해, 비특성화 학교 학생은 48.3%만이 같은 성적을 거두었다. 취약지역 학생의 성적향상이 뚜렷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소질 선발 10%, 일반학교와 다르지 않아
학생 선발=특성화 학교라는 지위가 일반 학교와 다른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다. 특성화 교과에 대한 소질에 근거해서 10%를 선발할 수 있을 뿐이며, 이는 일반 학교 경우에도 적용되는 사항이다. 실제로는 약 6% 정도의 학생만이 적성으로 선발되고 있다.
모두가 특성화학교? 특성화 의미 사라져
평판=2004년부터는 영국 공립 중등학교 개혁의 핵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BBC뉴스에 따르면, 테크놀로지 특성화 학교로 성적이 꾸준히 향상되어온 ‘헌팅톤’학교의 경우 학생 대부분이 자신의 학교가 어떤 교과 특성화학교인지 알지 못할 정도였다. 특성화학교는 전체 국가교육과정을 가르치고 아무 선발 없이 일반 학생을 받아들인다. 그들의 성공은 목표를 세우고 목적을 선택하고 독특한 사조(ethos)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힘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성공은 특성화 학교가 되지 않고는 행해질 수 없는 걸까. 또 90%이상 특성화 학교가 된다면, 그것이 과연 특성화인가.
기부 부작용 우려, 지역사회와 협력 필요
시사점=우리나라의 경우 기부 문화가 덜 성숙되어 있다. 영국 특성화 학교 지정 신청 시에 가능했던 후원금 모금이 우리의 경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또 우리의 경우 초・중등학생에 대한 국가 수준 학력 평가 제도가 없어 학교 전체의 학력 향상을 나타내 줄 객관적 자료가 없으며, 학교와 지역사회가 협력 문화 역시 덜 성숙되어 있다. 이 제도를 벤치마킹하려면, 학부모 지역사회 기업 이웃 학교 등이 협력해 인・물적 자원 공유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