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이 어지럽혀진 빈 교실이 보드게임 체험관, 미술 갤러리로 탈바꿈했다. 무채색으로만 칠해진 복도가 은은한 연두색과 하늘색으로 바뀌었다.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문화로 아름답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 시범학교로 선정된 전주 양지중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다.
삭막한 학교 공간을 활기찬 문화 속 공간으로 바꾸는 이 학교의 대형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25일 전주 양지중에서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학교 공간의 중요성을 알리는 심포지움이 개최됐다. 이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하루 10시간 이상, 12년의 시간을 보내며 학습과 휴식, 놀이, 식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학교 공간이 학습의 기능에만 치우쳐져 군대식 틀에 짜여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학교를 활기찬 문화적 공간으로 만들자는 취지에 10억원의 기업 후원이 모여 이 사업은 진행됐다.
지어진 지 15년이 넘은 양지중 건물은 1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놀라운 변화를 맞고 있다. 학교의 담장이 사라지고 체력단련 공간과 산책로. 생태 연못, 텃밭 등이 생겼다. 빈 교실을 활용해 1층에 만든 ‘희오 갤러리’는 지난 5월 개관, 유명 작가들의 미술전이 열리고 있다. 전주라는 지역적 특성을 살려 한지로 꾸민 쉼터에서는 예절·다도교육이 진행되고 있고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 체험관 등도 만들어 여유 공간을 활용했다.
양지중의 변화는 전문가만의 솜씨가 아니라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함께 했다는 데에 의미가 더 크다. 지난해 말 재학생 996명과 교직원 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이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하는 것으로 사업은 시작됐다. 학교외부를 맡는 ‘들래둘레팀’, 로비를 담당하는 ‘로비스트팀’, 문화공간을 만드는 ‘즐여공팀’, ‘소리팡팡팀’ 등 공간별로 11개 팀을 구성하고 교사와 학생, 학부모 5~6명 이상으로 팀을 짰다. 이들은 겨울방학기간 동안 일주일에 한번 꼴로 워크숍을 갖고 한옥마을, 갤러리 등 외부로 사례조사를 다니곤 했단다.
최남렬 교장은 “학교가 변화하면서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돼 폭력도 많이 줄고 면학분위기도 좋아졌다”며 "갤러리, 도서관뿐만 아니라 한지방쉼터도 개방을 확대해 학교가 지역문화시설로 이용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