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공무원연금법 "정기국회나 가야…"

2009.03.05 11:49:53

행안위, 연금지급률·유족연금 인하 요구
행안부 난색…공무원단체도 “수용 불가”

정부가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행안위의 추가 개정 요구에 낮잠 자고 있다. 아무 논의 없이 2월 임시국회도 종료된 상태다. 행안위 관계자들은 “재개정을 놓고 당사자간, 의원간 이견이 크고 사안이 중대한 만큼 사실상 정기국회나 가야 본격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9월 말 행안부 내 연금제도발전위는 공무원의 기여금을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27% 인상하고, 퇴직 후 받는 연금액은 최고 25% 줄이는 내용의 건의안을 확정했다. 이에 정부는 건의안을 골자로 연금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공무원단체․노조, 전문가, 정부 등이 참여해 합의한 일종의 ‘사회적 합의안’인 데다 공무원들도 유례없이 고통을 분담한 안이어서 연내 처리가 기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 행안위(위원장 한나라당 조진형)에서 열린 공청회와 법안 상정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이대로는 통과시킬 수 없다”며 공무원의 추가 희생을 요구했다. 핵심 쟁점은 연급지급개시연령 65세로 연장, 유족연금지급률 60%로 인하, 연금지급률 1.75%로 조정, 기여금 납입기간(33년) 제한 폐지 등이다. 행안위는 이런 부분을 포함해 “개정안 전반을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수정해 제시하라”며 행안부에 요청한 상태다. 이 때문에 2월 임시국회가 다 가도록 법안소위에서는 의제로도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행안부도 어렵게 발전위에서 합의하고 국무회의까지 통과한 안을 섣불리 수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행안위원들에게 보고한 검토의견에서 행안부는 “사실상 고용조건인 재직자의 연금지급개시연령은 보호해야 하는데다, 설사 65세로 연장해도 재정절감효과가 개정안과 별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또 지급률 인하에 대해서도 “재정수지가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에서 재정개선 효과가 매우 더디게 나타나는 지급률 인하는 비효율적 수단”이라고 반대론을 폈다.

공무원단체․노조로 구성된 공무원연금공동투쟁본부는 4일 집행위원 회의를 열고 재개정이 시도될 경우 언제든 투쟁에 나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교총 신정기 정책교섭실장은 “민간과의 퇴직금 격차를 지급률로 환산하면 0.3% 차이가 나 지급률 1.9%는 사실상 1.6%와 다르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정치권과 일부 전문가의 주장대로 지급률을 1.9%에서 1.75%로 인하하면 연금은 16.7%나 감소하게 된다”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전국민주공무원노조가 최근 실시한 공무원 대상 설문결과 80.4%의 공무원이 연금법 재개정에 대해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고 답했다.

반면 행안위원들은 “재개정 안을 제시해야 논의할 수 있다”며 공을 정부에 넘긴 상태다. 100만 공무원의 눈을 의식해 책임을 회피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팽팽한 대립에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정부 재정 부담만 커지고 있다. 개정안대로 통과되면 하루 12억원, 연간 4천억원 가량의 연금재정이 5년~10년 간 절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원정 행안부 연금복지과장은 “이 때문에 행안위에 조속한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재임용 공무원의 과거 재직경력 합산 기한 ‘2년’을 폐지해 언제든 기회를 주는 내용도 함께 처리되지 못하면서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법안은 2009년 1월 1일 현재 2년의 합산기간을 놓쳤거나 재임용 후 정년까지 근무기간이 20년을 넘어도 합산기회를 주는 내용이다. 법이 언제 처리될 지 모르므로 2년 내 합산신청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게 좋다.

이와 관련 교총은 행안위원들을 찾아 연금법 개정안의 조속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개정안 처리는 빨라야 정기국회에서나 가능할 전망이다. 행안위원장 측은 “임시국회에서 뚝딱 논의할 사안은 아니다. 정부가 재개정안을 제시해야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

조성철 chosc@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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