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교장, 폐기 대신 인원 제한

2009.06.17 10:38:58

내부형의 10% 이내…시행령 개정 추진
교총 “승진․자격제 근간 흔들어” 폐기 촉구

교장공모제 5차 시범운영이 진행 중인 가운데 교과부가 내부형(교육경력 15년 이상 교원 대상) 공모를 폐기하는 대신 응모자격을 강화하고 무자격 교장 임용 수를 제한하는 시행령 개정작업에 나섰다.

이는 경기도의 내부형 공모 확대에 제동을 거는 카드로도 분석되지만 교총은 “자율학교를 2500개로 확대하면서 내부형 공모를 유지하는 것은 승진제, 자격제의 근간을 흔들고 학교를 정치장화 할 것”이라며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내용=현재 ‘내부형’ 교장공모의 응모 자격은 교육경력 15년 이상 교원이다. 이를 ‘교장자격증 소지자’ ‘교육경력 15년 이상 교원 중 교감자격 소지자’와 ‘교육경력 20년 이상 평교사’로 구분하면서 평교사의 자격을 강화한 게 골자다.

또 교장자격증 미소지자 임용규모를 총괄 규제하는 내용도 담았다. 입법예고 내용에 따르면 교장 자격증 미소지자의 임용은 내부형 공모의 10% 이내가 되도록 했다.

아울러 공모교장은 학운위 심의를 거쳐 임용추천하고, 무자격 공모교장은 임용 후 1년 이내에 집중연수를 의무적으로 받게 하는 내용도 명시된다. 교과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조만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교과부는 “젊고 유능한 외부 인사의 임용을 위해 개방형은 현행을 유지하되, 내부형은 학교 경영능력을 갖춘 교원이 응모하도록 자격을 강화하고, 특히 현행 승진규정에 따라 교장임용을 준비해온 교원들의 불만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미=내부형 공모제를 개선하려는 것은 자율학교 확대 정책에 우선 기인한다. 현행 법령상 자율학교는 학운위 심의에 의해 교장공모제를 실시할 수 있는데, 11일 발표한 3단계 학교자율화 추진방안에 따르면 현재 282곳인 자율학교가 내년까지 최대 2500곳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자칫 내부형 공모 학교가 크게 증가할 경우, 평교사 교장이 지나치게 많아져 승진제와의 충돌과 교단 내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게 교과부의 설명이다.

무자격 교장의 임용제한은 다분히 경기도를 겨냥한 측면도 있다. 5차 시범운영에서도 12개의 내부형 공모학교를 지정하고, 김상곤 교육감이 연내 20개를 만들겠다는 혁신학교도 내부형 공모제를 도입한다. 이 때문에 경기 교육계에서는 자율학교 확대 후 무자격 교장의 양산을 우려하고 있다. 이점에서 ‘무자격자 10% 이내 임용’ 조항은 향후 경기도의 행보를 견제할 장치인 셈이다. 현재 교장공모제 시범운영 291개교 가운데 내부형으로 교장을 뽑는 곳은 123곳이며, 이 가운데 교장 자격증 미소지자는 58명이나 된다.

한편 교과부는 현재 대학원 수준의 교장양성전문과정을 신설하고, 교장 자격에 전문과정 이수자를 포함시키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등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시안 검토 중이다. 평교사도 공모교장에 응모하려면 전문과정을 이수하도록 하는 내용이어서 사실상 무자격 교장은 없어지는 셈이다.
 
이와 관련 교과부는 “국회 입법절차를 밟고 과정신설 후 졸업생이 나오는데 최소 2년 이상이 걸린다는 점에서 우선 그동안 진행될 교장공모제를 개선하기 위해 시행령을 고친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교육계 반응=그간 교장선출보직제를 주장해 온 전교조는 보도자료를 내고 “사실상 내부형 공모제를 고사시키려는 조치”라며 강력 반발했다. 전교조는 오히려 “내부형 공모비율을 10% 이상으로 의무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교총은 내부형 공모의 폐기를 촉구했다. 교총은 “공모제 개선방안도 여전히 무자격자가 교장이 되는 경로를 유지해 자격 중심의 교단에 갈등을 초래하고 이는 학생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총 신정기 정책교섭실장은 “4차까지의 교장공모 시범운영 과정에서 내부형 비율이 갈수록 줄어드는 등 현장에서도 환영받고 있지 못하다”며 “무자격 교장공모제는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철 chosc@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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