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 국어책에 나오는 늦달이 아저씨에 대해서 들려드리겠어요. 이제 늦달이 아저씨가 사는 동네로 가보죠. 거기에는 그 아저씨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네요. 2명씩 짝을 지어 그 소문에 대한 대화를 이어가보세요.”
17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여름방학 교사 연극 워크숍’ 시간. 이틀에 걸쳐 초·중등 교사 30명을 대상으로 무료로 진행된 이번 워크숍에서는 연극을 매개로 하는 창의적인 교수법을 이해하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워크숍에서는 교과서를 무대로 옮겨 공연하는 국립극장 '고고고' 공연을 관람하고 이야기 연극놀이, 즉흥극, 가상역할 놀이 등 학교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학습법을 모색하는 커리큘럼으로 구성됐다. 19~20일에는 중등 교사 30명을 대상으로 워크숍이 진행됐다.
이날 교사들은 국어 수업시간의 학생이 돼 배달은 항상 늦으면서도 귀에 꽃을 꽂고 나타나는 외국인 배달원 '늦달이 아저씨'를 다양한 연극적 기법으로 배워보는 '통합교육 수업사례'시간이 진행됐다.
교과서 속 내용에서 벗어나 주인공에 대한 소문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펼쳐보는 것으로 다양한 활동이 시작된다.
두 명에서 시작한 대화가 네 명, 여섯 명, 서른 명이 만나서 이뤄지면서 상상의 폭이 넓어진다. '아저씨가 원래는 아프리카의 귀족이다' '나중에 사라져서 식물원에 취직하게 됐다' '종교 때문에 기도를 하느라 배달이 늦는 것이다'라는 등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손 강사는 "교과서에 나오지 않은 내용의 소문을 만들다보면 굉장히 창의적이 될 수 있고, 이때 아이들의 상상에 제한을 줄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아저씨에 대한 소문을 바탕으로 그룹을 지어 의자와 종이, 헝겊 등을 이용해 그 사람의 방을 만들어보고 중앙에 배치하는 활동이 이어졌다. 교사들은 그의 본국에 있을 가족들의 사진, 눈물에 젖은 편지, 통장, 주식인 라면, 심지어 허름한 방에서 나올법한 바퀴벌레까지 도구를 이용해 꾸며 넣었다,
창이 작아 햇빛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을 아저씨의 방에 어울리게 조명을 어둡게 하고 조용한 음악이 깔린 채 교사들은 한 명씩 그 방에 들어가 아저씨의 흔적을 살펴본다. 그러고는 30명의 교사들이 방 주변을 둘러싸고 서서 그가 방에서 했을 것 같은 행동들을 말하게 했다. 그에 대한 소문을 조금이라도 풀어줄 수 있는 가상의 인물인 옆집아저씨로 변신한 보조강사가 교사들의 궁금증에 답하는 시간도 진행됐다. 이 같은 활동이 진행된 뒤 손 강사는 교사들에게 늦달이 아저씨라는 인물에 대한 느낌이나 생각을 말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 교과서 속에 있던 평면적 인물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교사들에게 동화되면서 그는 정말 이웃집 아저씨가 돼갔다.
이어서 손 강사는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있었을 법한 일화를 사진처럼 하나의 정지된 자세로 표현하는 활동을 이어갔다. 늦달이 아저씨가 배달에 늦어 돈을 못 받을 상황, 배달 중에 어려움에 부딪힌 할머니를 돕는 장면 등을 표현하고 다른 팀은 이 상황을 맞추는 과정이 진행됐다. 교과서 속 화자인 어린아이가 20년 뒤 기자가 돼 늦달이 아저씨를 찾았을 때 무엇을 하고 있을지, 이를 기사의 헤드라인으로 표현하는 작업도 실시했다.
이같은 수업 사례를 경험한 교사들은 실제로 교과서의 일부분으로 연극을 활용한 수업지도안을 짜는 시간도 가졌다.
이신화 서울수색초 교사는 "지난 겨울에 이어 또 참여하게 됐는데 이번에 확실히 듣고 학생들한테 적용시켜볼 계획"이라며 "직접 몸으로 체험하면서 배우다보니 연극을 어떻게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지 모티브를 얻고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손 강사는 "이번 워크숍은 수업에 당장 쓰기 위한 방법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전달하며 잠재된 능력을 끌어내야 한다는 교육에 대한 관점을 전환하는 것이 근본적 목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