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화법 다수…수석교사법 등 미뤄
국회 교과위가 3월 임시국회에서 60여개의 계류법안을 처리하며 회기를 마쳤다. ‘불량상임위’라는 오명이 무색할 만큼 획기적인 실적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번에도 생산적 상임위와는 동떨어져 있다. 11일 상임위를 통과한 이들 법안은 모두 ‘비쟁점 법안’이다. 한문으로 돼 있는 법안을 한글화 하거나 그간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문구들을 단순히 고치는 법안이 상당수다.
그 외에 처리된 법안은 학원비 부풀리기 제재를 골자로 한 학원법, 중대 범죄를 저지른 교원을 교단에서 퇴출시키는 관련 법안들, 교직원공제회 일반회원 가입 범위를 넓히는 한국교직원공제회법 등 여야가 이견이 없는 법안뿐이다.
사태가 이렇게 된 데는 ‘연말 직권상정 처리 법안’이 원죄다. 서울대법인화법 등 4개 소관법안이 처리된 것에 대해 야당이 장관과 한나라당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2월 임시국회는 열지도 못했고, 3개월 만에 만난 여야는 3월 임시국회 첫날인 3일부터 기싸움을 벌였다.
결국 일정에 떠밀린 교과위는 7일 한꺼번에 상정된 139건의 법률안에 대해 8명만 참여(5명은 서면질의)하는 형식적인 대체토론을 일사불란하게 해치웠다. 변재일 위원장은 “새로 139건이 법안소위로 넘어가 이제 281건의 법률안이 계류돼 실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이번에 정부 제출 법안에는 한글화나 문제조항 정리 정도가 많은 만큼 조기에 처리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8일, 9일 법안심사소위에서는 59개 법안만 심사가 이뤄졌다. 쟁점이 있는 80개 법안은 빼기로 위원장, 여야 간사가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1일 교과위는 이들 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 통과시키는 것으로 손을 털었다.
이 때문에 입법 지연으로 학교 현장에 혼란을 초래한 관련 법안들이 4월 국회로 또 넘어갔다. 수석교사법, 교원평가법, 초중등교육법이 대표적이다.
수석교사법은 4년째 시범운영 중인 수석교사의 역할, 지위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현재 법안 미비로 수석교사 활동이 한계를 겪고 있고, 우수 교사들이 지원을 꺼려 제도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원평가법과 초중등교육법의 개정 지연은 교과부-진보교육감 진영 간의 마찰과 학교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교원평가를 대통령령(교원 연수 등에 관한 규정)에 기대 시행하려는 교과부와 법 개정 없이는 따를 수 없다는 진보교육감 때문에 교원평가가 시도가 따라 달리 시행될 판이다.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을 폐지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도 2년 이상 보류돼 간접체벌 학칙을 마련하라는 교과부와 이를 거부하려는 교육감 사이에서 학교만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교총은 “교원잡무경감법, 연구년제법 등 시급한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고 주5일 수업 법제화와 교원 정치활동 보장 입법화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