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수능'에 소나기지원..수시 '전쟁'

2011.09.18 12:39:12

33개大 지원자 103만명..미등록 충원기간 설정도 영향
거품지원도 속출..대학들 전형료 수입 '대박'

올해 주요대학의 수시모집 경쟁률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 유례없는 '수시 전쟁'이 시작됐다.

지난 16일까지 마감한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서울 11개 주요 대학의 지원자수는 62만1647명이고, 평균 경쟁률은 지난해 27.94대 1을 뛰어넘는 32.86대 1에 달했다.

물론 여기에는 중복 지원자수가 포함됐지만, 올 수능 전체 지원자수가 69만3634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11개 대학 수시모집 지원자수가 이처럼 많다는 것만 봐도 과열 현상을 실감할 수 있다.

이 대학들을 포함해 수도권 33개 대학의 지원자는 103만7836명에 달하고, 평균 경쟁률은 33.28대 1(지난해 26.55대 1)이었다. 게다가 올해는 수시모집 중 상위권 대학의 입학사정관 전형은 지난달에 먼저 모집을 끝냈고, 이 역시 10만명 이상이 몰리면서 10대 1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같은 '수시 전쟁'은 교육당국의 '쉬운 수능' 방침, 미등록 충원 기간 설정 등의 영향이 크다고 입시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수험생들이 자기 성적에서 합격이 가능한 4∼5개 대학에 지원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수시모집에 대한 과도한 기대심리로 7∼8개 대학에 중복 지원했다는 분석이다.

◇'쉬운 수능' 예고 영향 = 상위권 학생들은 '쉬운 수능'에서 변별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한두문제 실수로 등급이 바뀔 수도 있다고 보고 수시모집에 승부를 걸었다.

비상에듀 이치우 연구실장은 18일 "정시에서 중상위권 대학에 갈 수 있는 수험생들은 수능 성적이 괜찮겠지만 그래도 불안하다고 여긴다"며 "6월 모의수능이 너무 쉬웠고, 9월 모의수능은 덜했지만 본수능이 어떨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시만 바라볼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능이 쉬워지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출 가능성이 커졌다고 생각한 중위권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에 상향 지원한 것도 경쟁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다.

◇논술 전형에 지원자 몰려 = 모든 전형의 지원자 수가 전체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특히 논술, 적성 등 대학별 고사를 시행하는 전형의 경쟁률이 치솟았다.

경희대(서울)는 논술고사를 치르는 일반학생 전형 700명 모집에 4만4천136명이 지원, 지난해(29.93대 1)보다 경쟁률이 크게 높은 63.05대 1을 기록했다. 반면 학생부 평가만 하는 교과우수자 전형은 지난해(26대 1)보다 낮은 17.0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서울시립대, 숭실대, 경희대 등 논술 시험일을 수능 시험 이후로 변경한 대학은 논술과 수능의 병행 준비에 대한 부담이 적어 지원자가 많이 늘어났다.

서울시립대는 논술형인 고교우수인재 전형의 경쟁률이 123.73대 1로 지난해(29.24대 1)보다 큰 폭 상승했고 숭실대도 일반학생(논술) 전형의 경쟁률이 지난해(20.55대 1)보다 높은 64.21대 1을 기록했다.

대학별 고사 전형의 경쟁률이 높아진 것은 수능성적만으로 상위권 대학에 가기 어려운 학생들이 수능점수와 내신등급이 부족해도 대학별 고사로 역전할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투스청솔 오종운 평가이사는 "작년에 평균 150~180분이었던 논술시험 시간이 올해 120분으로 줄고 문항도 4~5개에서 2~3개로 줄었다"며 "논술 준비 부담이 많이 줄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과한 기대감에 따른 거품? 로또 기대? = 수시 미등록 인원에 대한 추가모집 때문에 수시 합격의 문이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묻지마'식 지원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있다.

최고경쟁률은 단국대(천안) 생활음악과 보컬부문으로 3명 모집에 1천536명이 지원해 무려 512대 1, 한양대(에리카) 실용음악과(5명 모집) 484.8대1, 중앙대 의학부(10명 모집) 424.3대 1 등이었다.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평가이사는 "올해는 수시 미등록인원을 충원하는 기간이 설정되어 합격선이 다소 하락할 수 있으며 이를 기대한 수험생들의 지원이 잇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입시학원들은 실제 중상위권 대학의 수시합격자 등록률이 평균 60∼80%이기 때문에 나머지 20∼40%를 추가모집으로 채울 것이라는 기대가 상당히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치우 연구실장은 "쉬워진 수능에서 최저학력 기준을 채울 수 있다는 기대감에 중위권 학생들이 상향 지원했지만 실제 수능에서 성적이 나오지 않아 응시를 못 하는 학생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원자 급증에 '행복한 비명' 대학 = 엄청난 수의 수험생들이 수시모집에 몰리자 비슷비슷한 지원자들 가운데서 합격자를 추려내야하는 대학들의 전형 부담도 커졌다. 또 논술 등 대학별 고사를 시행하는 대학들이 시험장 확보문제를 고민하는 등 이색 풍경도 예상된다.

한양대(서울ㆍ에리카)는 올해 지원자가 작년 9만1천711명에서 22% 증가한 11만1천924명으로 가장 많은 수험생이 몰렸다.

성균관대는 논술형인 일반학생전형 사회과학계열에 159명을 모집하는데 1만7천778명이 지원하자 "경쟁률이 유례없는 112대1로 폭주하면서 논술고사장 공간문제로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들은 무더기 지원에 따른 전형료 수입으로 짭짤한 재미를 볼 전망이다. 교과부의 올해 대학알리미 공시에 따르면 전국 181개 4년제 대학이 작년 한해 벌어들인 전형료 수입만 2295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 23개 주요 사립대가 2011학년도 수시모집에서만 609억5000만원, 학교당 평균 26억5000만원의 전형료 수입을 올렸다는 통계도 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지원자가 많이 늘어난 대학들은 작년대비 2만명 정도 늘었는데 2만명이 논술을 보면 1인당 7만 원만 쳐도 14억원"이라며 "중소기업의 1년 수익을 한 번에 버는 셈 아니냐"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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