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이야기 해봐야지” 할 때가 적기

2012.04.19 09:39:57

▷ 감정코칭은 이렇게=미국의 가족 치료 전문가 가트맨 박사에 의해 뇌와 감정, 행동 간의 연관성이 과학적으로 검증돼 개발된 자녀지도 방법. 부모로부터 자기감정을 인정받은 아이는 타인의 감정을 쉽게 인정할 수 있게 되고 감정코칭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대인관계뿐 아니라 자신감, 건강, 집중력, 학습 향상 등 다방면에 뛰어나다는 연구결과들을 토대로 하고 있다. 선생님을 위한 감정코칭의 5단계는 다음과 같다.

• 1단계: 감정 인식하기=감정코칭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감정 표현이 과하지 않아도 학생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감정을 인식한다는 것은 학생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음을 깨닫고, 그 감정이 무엇인지 구분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부정적 감정을 드러내는 학생에게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도록 “어떤 기분인지 한 번 말해볼래?”나 “오늘은 우리 ○○이가 공부하기 싫은 이유가 뭘까?”와 같은 식으로 접근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2단계: 감정적 순간을 정서적 교감의 기회로 삼기=부정적 감정을 나타낼 때가 적기다. ‘저러다 말겠지’ 혹은 ‘나중에 얘기해봐야지’하고 넘어가려고 할 때, 학생이 겪는 감정적 순간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친밀감을 조성하며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학생이 자신이 경험하는 감정들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그 감정을 인정하도록 해줘야 격렬한 감정에 휩싸이기 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3단계: 공감하며 경청하기=학생이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을 때 그 감정을 사소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주의 깊게 들어줘야 한다. 이 단계를 어떻게 대처했느냐에 따라 감정코칭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 교사는 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앉아서 심호흡을 하고, 몸의 긴장을 푼 편안한 상태에서 집중해야 한다. 교사가 자신에게 얼마나 집중하는지를 보면 학생은 자신의 걱정을 교사가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 문제에 대해 대화하고 싶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공감을 해 줄 때에는 “그래, 정말 나도 같은 모둠 친구가 같이 활동을 하지 않으려고 하면 속상할 거야”라는 식으로 학생의 말을 듣고 관찰한 바를 짚어줌으로써 선생님이 자신의 감정을 타당하게 생각한다는 확신을 줄 수 있다. ‘네가 말하지 않아도 네 감정을 다 알고 있다’는 식의 태도는 곤란하다.

• 4단계: 감정에 이름 붙이기=학생이 느끼는 각각의 감정에 이름을 붙임으로써 학생이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도록 도와줄 수 있다. “친구가 때렸을 때 기분이 어땠니”라는 질문에 학생이 자신이 아는 언어로 기분을 설명하면 “그걸 억울함이라고 해”라는 식으로 그 감정의 이름을 알려줄 수 있다. 학생들은 형태가 없고 불편하게 느껴졌던 자신의 감정을 ‘화난’, ‘슬픈’, ‘두려운’, ‘시샘하는’ 등 선생님이 제공해준 단어를 통해 정의하면서 그것이 혼자만 느끼는 이상한 감정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고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 때 학생은 자신을 도와주는 교사에게 감정을 더 잘 표현할 수 있게 된다.

• 5단계: 좋은 해결방안 찾기=학생이 자신의 감정을 정리했으면 학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문제는 ‘감정’이 아니라 ‘잘못된 행동’이라는 사실을 먼저 인식시킨 후,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의 한계를 정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화’가 나는 것은 괜찮지만, 화가 나기 때문에 친구를 때리는 행동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짚어주고, 내가 화났기 때문에 남에게 고통을 주는 행동은 안 된다는 범위를 정해주는 것이다. 그 후 학생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목표를 확인하고, 정해준 한계 안에서 해결책을 찾도록 도와주면 된다. 이 때 교사가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학생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해야 한다. 만약 학생이 효과가 없는 방법을 선택한다면 교사는 학생 스스로 그 이유를 생각해보도록 이끌어줘야 한다. 이를 통해 학생은 문제 해결의 기술을 배울 뿐만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방법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보고 자신감도 얻게 될 것이다.

▷ 감정행동 40%만 받아주면 돼=감정코칭이 좋은 방법이라고 해서 항상 사용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감정코칭은 시간에 쫓기거나 피곤할 때는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또 가급적 신뢰를 쌓기 위해 일대일 상황에서 진행하는 것이 좋다. 이 외에도 학생이 감정을 이해해주려는 교사의 마음을 이용해 교사를 속이려고 할 때는 단호히 그런 행동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을 지적해줘야 한다. 또 잘못된 행동을 명확히 지적해줘야 할 때에는 무조건 공감부터 해 주기보다는 교사의 생각을 분명히 말해줘야 한다. 모든 감정을 100% 받아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 전체 감정 행동 가운데 40%만 반응해주면 나머지는 스스로 감정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정은수 jus@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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