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개월간 조사받은 서울 S중은 지금…
검찰이 담임교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학교를 압수수색 한 데 이어 서울 S중의 학교폭력예방설문 통계를 담당했던 윤모 교사를 추가로 입건해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해 11월 학생이 자살한 사건으로 8개월간 서울시교육청 감사 및 경찰·검찰·국가인권위원회 등의 조사를 받아온 S중은 이번 사건으로 또 한 번의 큰 소용돌이를 겪게 됐다.
26일 S중은 검찰의 교사 추가 입건에 크게 충격을 받은 상황이었다. 교원들은 기자에게 “윤 교사는 김모 학생의 죽음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데 이렇게 혐의를 묻기 시작하면 모든 교사에게 책임이 있다는 소리냐”며 “대체 언제까지 학교가 이렇게 고통 받아야 하나”라고 하소연 했다.
검찰은 S중 압수수색 이전에 이미 윤 교사를 불구속 입건했고, 허위공문서작성죄(형법 제227조)와 공용서류무효죄(형법 제141조) 등 두 가지 혐의를 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중은 지난해 학교 현황 파악을 위해 자체적으로 일 년에 네 차례(4, 6, 9, 11월) 학교폭력예방설문을 했다. 검찰은 이 설문을 담당했던 윤 교사가 4, 6, 9월분 설문조사 결과를 축소해 결과를 냈다고 보고 있으며, 교장 결재 후 관련 설문지를 폐기한 것도 문제 삼고 있다.
S중 교장은 “교육청 등에서 지시가 내려온 공식적인 일도 아니고, 담임들을 통해 학교폭력 현황을 알아보기 위한 학교 자체 조사였다”며 “상식적으로 학생 자살 사건이 일어난 11월 이전인 4, 6, 9월 설문조사 결과를 윤 교사가 조작할 이유가 있겠나”고 설명했다.
윤 교사도 “학급별 통계를 취합해 학년 통계와 전체 통계를 내고 결재까지 마친 상태에서 더 이상 필요 없는 학급별 통계표를 폐기할 권한도 없다면 학교업무를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검찰이 학교업무를 잘 모르고 법적 잣대로만 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학급당 인원수가 40명이 넘고 전체 50학급인 S중에서는 담임교사가 설문을 실시한 후 그 결과를 구두 또는 전화, 메신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제출하기 때문에 관련 자료 보관은 의미가 없다”면서 “내 역할은 전체를 수합한 뒤 통계를 내고 보고를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S중 교감은 “8개월간 이 일로 언론, 각종 조사 등에 시달리면서 교사들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고, 조금만 아파도 병가를 내고 싶어 하는 등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으며 학교 분위기도 엉망이다”라며 “학교가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에 새로 부임해왔다는 교감도 “옆에서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모든 선생님들이 이 일로 지쳐 있다”며 “올해 상반기에만 교원, 학생, 학부모 전체를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30차례 이상 했을 정도로 S중의 모든 교육의 중점을 ‘학교폭력 예방’에 놓고 학교가 이 상황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고 노력하는데도 자꾸 오해만 받으니 안타깝다”고 했다.
학생들도 학교의 이런 상황에 그대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물론, 가해 학생으로 지목됐던 한 학생은 지난해 자살기도를 해 학부모가 큰 충격에 빠졌다는 전언이다. 교원들에 따르면 이 학생은 우울증으로 병원에 다니는 등 한때 학교생활을 제대로 이어갈 수 없을 정도였다고. 이 학교 O교사는 “어떻게든 학교에 책임을 물으려는 검찰에 분통이 터진다”며 “결론이 어떻게 나든 하루빨리 이 상황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잘라 말했다.
S중 사태 해결을 위해 서울남부지검을 항의 방문하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전방위 활동을 펼쳐온 안양옥 교총 회장은 “학생 생활지도나 교사의 직무범위는 명확히 규정될 수가 없는 교육의 일이고 사법적인 잣대로 판단되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검찰이 단순한 행정 절차상 오류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 교원에 책임을 묻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회장은 “윤 교사의 입건은 학생이 자살한 사건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문제이므로 검찰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문서무효죄 국공립학교 적용, 전례 없는 일”
▨추가 입건된 윤 교사 혐의는
담임교사에 이어 추가로 불구속 입건된 서울 S중 윤모 교사가 받고 있는 혐의는 허위공문서작성죄와 공용서류무효죄 두 가지다.
학교에는 생소한 공용서류무효죄에 대해 법무법인 서울의 정무원 변호사는 “이 죄의 적용범위는 넓으며 주로 수사기관이나 경찰서가 증거나 진술 서류를 받아 놓았다가 임의로 없애는 경우 적용해왔다”며 “이를 국공립학교에 적용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사들이 학교에서 다루는 모든 서류를 공용서류라 볼 수 있는데 학교에서 이를 무심코 버리거나 폐기하는 경우가 많은 현재 상황에서 이에 대한 죄를 묻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사의 변호사도 “공용서류무효죄는 권한이 없는 자가 파기해야 죄가 성립되는데 당시 윤 교사는 통계를 수합하고 보고 하는 권한을 학교로부터 위임받았던 것으로, 권한이 있는 자가 필요 없다고 판단해 폐기한 것은 죄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또 “허위공문서작성죄도 4, 6, 9월 수합된 결과로 통계를 내 보고를 했으므로 조작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