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학교폭력 사건 처리 전에 교사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겠다고 밝혀 관심이 집중된 ‘(소년사건) 결정 전 교사 의견 청취제도’가 전국으로 확대 실시된다.
법무부 이동환 소년과 과장은 4일 “장관이 확대 실시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어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결정 전 교사 의견 청취는 서울서부지검이 학교폭력 대책의 일환으로 서부·중부교육지원청과 함께 시행하는 것으로 검사가 학생사건 처분 전에 가정환경·성격·학교생활·교우관계 등에 대해 교사의 의견을 묻고, 이를 반영하는 제도다.
지난해 시범실시 결과 교사 의견을 반영해 89건에 대한 처분을 내렸으며, 검찰·학교 모두 호응이 높아 제도를 보완해 올해 별도의 운영지침을 만들어 시행 중이다. 이 같은 내용은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보고돼 전국 확대 실시의 기반이 됐다.
장물보관죄로 입건된 고교생 A군은 교사의 의견으로 선처됐다. 평소 의협심이 강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심성을 가진 A군은 친하게 지내며 많이 챙겨주던 B군이 훔친 자전거를 잠시만 맡아달라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사건에 연루됐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교사의 의견을 반영, 검찰은 학교·가정의 지도로 A군의 행동이 개선될 수 있다고 보고 단순기소유예처분을 내렸다. 통제 불능의 학교폭력 가해학생이 엄벌에 처해진 사례도 있다. 후배의 돈을 빼앗다가 공갈·폭행으로 입건된 C군은 1학년 학생을 수족처럼 부려 피해를 입히고, 수업방해는 물론, 선생님·부모에게 거짓말을 일삼아 통제가 불능한 상황이었다. 학교에서 지도·선도가 어려워 분리시켜 별도의 교육을 하는 것이 학생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교사 의견으로 장기 소년원 송치가 결정됐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형사4부 이태형 부장검사는 “학생들의 일탈범죄는 살인·성폭행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안이 중하지 않아 처벌보다는 재발 방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며 “수사 과정만으로는 알 수 없는 학생의 상황에 대해 교사의 의견을 들음으로써 학생 특성에 맞는 교육적인 조치를 담은 처분을 내릴 수 있게 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학교에도 도움이 됐다. 의견을 제출한 32명의 교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 대상 학생의 45%는 평소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었지만 교사 의견서 제출 이후 약 70%의 학생들의 생활태도에 변화가 있었다. 교사와의 신뢰가 향상되고, 의견서 제출 예정 사실을 알린 후 학생·학부모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등 교사 의견에 권위가 실려 교권신장에 기여했다는 의견이었다.
교총도 교권확립에 기여하는 현장중심 학교폭력 정책이라며 확대 실시를 반겼다. 교총은 “학교와 검찰 간의 유기적 협조체제를 통해 학생들에 대한 사법적 처벌 중심에서 교육적 선도의 길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며 “교사와 학생이 신뢰를 구축하는데도 중요한 제도로 작동하리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학부모에게 교사 의견 제출을 미리 알릴 경우 교사가 고초를 겪을 수 있다는 점, 선처를 바라는 내용의 의견 제출이 90%에 이른다는 점은 보완해야할 사항으로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