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그 속도만큼이나 학생들이 겪는 심리적 부담과 정서적 어려움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학업 스트레스, 친구 관계, 가족 문제, 미래에 대한 불안 등 학생들의 마음을 짓누르는 요소는 다양하다. 이는 성장 과정에서 이른바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기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이중, 삼중으로 심적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는 단순한 지식 전달의 공간을 넘어, 학생들의 마음을 돌보고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다면 ‘마음 돌봄’이 교육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본고는 이에 대해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전문적인 심리 지원 체계의 구축이 시급하다. 많은 학교에 Wee 센터라는 전문 상담실이 존재하지만, 인력이나 운영 방식에 있어 실질적인 지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문제가 생겼을 때만 찾아가는 공간이 아니라 일상적인 감정 상태를 점검하고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교 안에 충분한 수의 전문 상담교사를 배치하고, 필요시 폭넓게 외부 전문가와의 연계도 보다 더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정기적인 심리 검진과 감정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조기 발견과 예방 중심의 접근이 강화돼야 한다.
둘째, 교사의 정서적 민감성과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 교사는 학생들의 정서적 변화에 가장 먼저 반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하지만 교사 자신이 심리적 소진 상태에 있다면 학생의 마음을 돌보기 어렵다. 따라서 교사 대상 감정 관리 연수와 정기적인 심리 지원도 실질적인 효과가 있도록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교사가 학습 지도뿐만 아니라, 감정 코치, 삶의 멘토로 역할을 자연스럽게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문화적 기반이 확충되어야 한다.
셋째, 정서 중심의 교육과정과 학교 문화 조성이 병행되어야 한다. 현재의 성적 중심의 경쟁 구조는 학생들의 심리적 압박을 가중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감정 표현을 자유롭게 하고, 타인의 감정을 존중하는 문화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전반에 정서 교육이 녹아들어야 한다. 예컨대, 국어나 사회 과목에서 문학이나 사회 문제를 통해 감정 공감과 표현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며, 예술 및 체육 활동은 감정을 해소하고 건강한 자기표현의 통로가 되어야 한다. 또 ‘마음의 날’, ‘감정 일기 쓰기’ 등 정기적인 마음 돌봄 활동을 학교는 물론 교육청(또는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지원 하에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
넷째, 학생 자치와 또래 상담 체계의 활성화가 중요하다. 학생들은 또래와의 관계에 더 큰 위안을 얻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또래 상담 동아리나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지지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이는 학생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정서적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다섯째, 가정과의 연계 강화를 빼놓을 수 없다. 마음 돌봄은 학교만의 책임이 아니라 가정과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 학부모 대상의 정서 교육 세미나나 자녀와의 소통법 강좌 등을 통해 가정 내 정서적 지지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학생들의 마음을 돌본다는 것은 그들의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다. 학생들은 마음의 건강 없이는 어떤 배움도 지속하기 어렵다. 진정한 교육은 지식 전달을 넘어, 한 사람의 전인적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어야 한다. 학교가 마음 돌봄의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국가의 제도적 지원과 문화적 변화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와 교육은 이렇게 디테일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말과도 같다. 학교, 교육청, 교육부,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다음 세대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교육개혁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