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좋은 인상’ 의무감에 학부모 폭언·교권침해 인내
일반 직장인에 비해 ‘우울 수준’, ‘비관적 사고’ 높아
“당신이 우리 아이 책임질 거야?”
평소 교사들은 자존감도, 자긍심도 무너뜨린 한마디에 상처입고 아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엄격한 도덕적 잣대 속에 교권침해를 참아내야 하는 교원들은 일반 직장인에 비해서 높은 ‘우울 수준’과 ‘비관적 사고’를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느끼는 무력감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심리치유 전문기업 마인드프리즘(대표 정혜신·정신과 전문의)은 26일 전국의 초·중·고 교원 50명을 초청해 개최했던 ‘2013 직장인 마음건강 캠페인-교사편’ 공개 상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공개 상담에 참석한 교원들은 학생·학부모의 폭언, 교권 침해 등 부당한 대우를 감내하고, 학부모 민원 때문에 소신껏 행동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으며 교사로서의 자존감이 무너지고 있음을 호소했다. 또 자신의 불합리한 상황을 개인이 해결해야 할 일로 몰아가는 학교 측의 반응에 더욱 무력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반면, ‘교사’, ‘스승’이라는 역할 때문에 어떤 부당한 상황도 일단 수용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심리적 성향으로 문제의 원인을 스스로에게 돌리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업으로 요구되는 엄격한 도덕적 잣대,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성향도 높았다. 실제로 50명의 참가 교사들에게 집단 스트레스 정도를 확인한 결과, 과도한 감정 억제와 자기희생으로 교사들은 심리적, 신체적 주의를 요하는 ‘2단계 주의’ 스트레스 상태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직장인 평균 대비 6점 가량 높은 점수다.
마인드프리즘은 이를 통해 교사들이 언제나 남에게 좋은 인상으로 남아야 하는 직업적 특성으로 인한 ‘슈드비 콤플렉스’(Should Be Complex)에 시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콤플렉스는 자기 자신으로 살지 못하고 ‘언제나 이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상태로 사회복지사 등 상대적으로 사회적 기대치가 높은 직업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런 경향으로 교사들은 다른 직업군 보다 불합리한 상황에도 인내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한편, 그 기대치에 다다르지 못하면 극심한 내면 갈등 즉, 무력감과 우울감에 빠지기 쉬웠다.
참가 교사들의 우울지표 조사 결과 집단 평균점수가 ‘신체 및 사고 기능저하(각 50.3)>우울한 감정(49.8)>비관적 사고(47.6)’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비관적 사고에서 최하위 점수를 보이는 일반인들과 상반된 결과로, 결국 교사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했다.
상담을 진행한 정혜신 대표는 “교사들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것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무력감’이었다”며 “교사로서의 수행능력뿐 아니라 과도한 슈드비콤플렉스로 인한 의무감은 직장에서 부정적 상황을 직면할 때 자칫 직업에 대한 회의감, 자존감 저하로 이어지고 무력감으로 전이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교사들은 학부모의 언어폭력에 1차 내상을 입고, 동료교사에게조차 공감 받기보다 냉정하게 조언 받는 게 일상화돼 결국 모든 것을 개인의 잘못으로 떠안으면서 다시 한 번 무릎이 꺾인다”면서 “동료 교사들 간에 서로 같은 상황이라는 공감대와 교사 개인의 잘못 때문이라는 인식의 탈피가 선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직장인 마음 건강 캠페인’은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직장 생활 속에서 겪는 심리적 내상에 주목하고, 기업들이 구성원들의 심리적 자원 보호에 나설 수 있도록 독려하는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사회적 가면 속 내 마음 들여다보기’를 캐치프레이즈로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총 10회에 걸쳐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