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 된 돌봄 확대…신학기부터 학교 몸살

2014.02.11 13:07:42

지침 없어 우왕좌왕…업무 분장은 눈치 전쟁 중
겸용교실 부족, 학부모에 ‘신청 말아달라’ 사정도
교총 “지자체나 지역사회 기관이 관리 주체돼야”

박근혜정부 국정과제로 추진되는 초등 방과후 돌봄 확대로 신학기부터 학교가 몸살을 앓고 있다. 학부모들의 높은 기대 속에 실제 ‘수요’에 비해 ‘여건’이 따라주지 못할 것이 예상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학교․교원들의 볼멘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초등 돌봄 확대는 학교의 역할이 이제 ‘교육’ 뿐 아니라 ‘돌봄’까지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변화가 큰 만큼 관리교사 업무분장, 돌봄 강사 선발, 겸용교실 리모델링, 지역 연계, 학생 안전 대책 수립 등 과제가 많지만 아직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학교에서는 제대로 준비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 A초 교장은 ‘돌봄교실’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학생수 1700명의 대단위 학교인 A초는 돌봄 수요조사 결과 120여명이 신청했다. 기존에 운영하던 돌봄교실 2반 외에 추가로 2개 이상의 교실이 필요했지만 유휴교실이 없는 학교 사정상 겸용교실 마련도 쉽지 않았다. 이미 방과후 프로그램 운영만으로도 포화상태여서 학부모들을 설득해 신청자 수를 75명으로 줄이고, 한 반만 늘리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구할 교실이 없다’는 저학년 담임교사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 학교 교장은 “학교가 보육 의무를 추가로 떠안았지만 정작 학생 교육을 위해 준비할 공간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돌봄을 늘리는 것도 좋지만 이를 뒷받침할 학교 여건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승진가산점 인센티브는 승진에 관심 있는 교사들에게만 유인가가 될 뿐 대다수 교사들은 돌봄 업무를 맡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서 “저녁 돌봄 시 생활지도 및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관리자가 특별히 신경 써야 할 수 밖에 없는데 이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돌봄 확대가 걱정되기는 운영 경험이 있는 시범학교도 마찬가지다. B 시범학교 교감은 “시범운영을 해보니 교사에게 너무 무거운 짐이더라”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기존 강사 외에 돌봄강사를 15시간미만으로 채용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에 3시간 정도로 맡기고 나머지는 관리교사가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면서 “아직 교사들에게 공지하지 않았지만 업무 분장에 어려움이 예상 된다”고 말했다.
 
C 시범학교 교사도 “인건비, 겸용교실 리모델링 등 돌봄 관련 예산의 안정적인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도 미지수이고 지침도 내려오지 않았다”면서 “시범운영을 해보니 준비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파행이 예상 된다”고 말했다. 또 “이런 상황에서 학교 부담을 덜기 위해 지역사회․학부모와 연계한다는 것은 차근히 적용해온 시범학교 외에는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예산을 둘러싸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아직도 신경전 중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돌봄교실 참여 학생수는 지난해 15만 9000여명에서 3배가량 늘어난 45만 4000여명(오후돌봄 33만 1000여명, 저녁돌봄 12만 3000여명)에 이른다. 이에 따라 필요한 추가예산은 약 6160억원인데 교육부는 1008억원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반영해 재정을 충당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선 시·도교육청은 학교별 수용인원을 초과할 경우 100% 지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며, 일부 교육청에서는 소득이나 맞벌이에 관계없이 희망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정부방침과 달리 지원 대상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게 교총의 판단이다.

교총은 “지방정부의 재정부담 가중은 정책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돌봄교실, 누리과정 등과 같은 교육복지사업의 우선 시행에 따른 교육과정 운영사업, 노후교육시설 개선 등 기본적인 교육활동에 필요한 예산마저 삭감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중앙 차원의 재정지원 확대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돌봄교실은 학교교육기능을 보완․확대하는 방과후 학교와는 달리 교육이 아닌 보육의 의미가 크다”며 “돌봄교실 운영 시 단위학교는 장소와 시설을 제공하고, 그 운영과 관리는 지자체가 중심이 돼 관리자와 교사를 채용하고 학교를 중심으로 각종 사회 기관과 연계해 운영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호주의 경우 방과후학교(돌봄 기능) 관리자가 학교와는 독립적으로 별도로 존재하며, 지역사회 커뮤니티 관련 기관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해 학교의 책임, 교원의 업무 부담이 없다. 일본도 방과후학교(돌봄 기능) 정책 역시 학교가 아닌 지자체가 주체가 돼 학교에 부담을 지우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박은종 공주 미당초 교장도 “초등 돌봄교실 확대가 예산·인력·시설 등의 종합적인 검토 없이 무리하게 추진될 경우 정책 안정성은 물론 학교 및 교원의 본연의 역할과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며 “교육 현장의 정서를 감안해 신중히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미 smlee24@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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