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자발로 성금, 구호품 모아
교원, 학부모, 교육청까지 동참
하늘을 덮는 세월호 희생·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전국 학교에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진도 우체국에는 동료교사와 또래 친구를 생각하며 보내온 구호물품이 집계 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고 있다.
진도 우체국의 한 직원은 “우체국을 통해서만 하루 1100여개의 물품이 들어오고 있는데 학교에서 보내는 물품이 70% 정도”라며 “대부분 고등학교에서 오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피해자 대부분이 단원고 학생·교사인 만큼 고등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단원고 학생들의 목적지였던 제주도에서는 학생들이 먼저 자발적인 성금과 구호품을 모으기 시작했다.
17일 저녁 SNS를 통해 구조현장에 물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제주여상 2학년 학생들은 18일 학급 반장들을 중심으로 의견을 모아 8개 학급에서 78만원의 성금을 모았다. 진도군청에서 슬리퍼와 양말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한 학생들은 325족의 슬리퍼를 구매해 현장으로 배송했다.
정경애 제주여상 교장은 “먼저 이런 일을 생각하고 차비만 놔두고 학생들이 가진 돈을 다 모았다”며 “이후에 1, 3학년과 전 교직원도 동참했다”고 밝혔다.
세화고는 그보다 하루 앞선 17일부터 모금을 진행했다. 2학년 6반 학생들이 뜻을 모았고, 학년 전체로 의지가 확산됐다. 전 학교로 모금 분위기가 조성되자 102만 9100원이 모였다. 학생들은 모인 성금으로 구호물품을 구입해 현지로 발송했다.
김형준 세화고 교감은 “모금이 끝난 21일 선생님들이 상황을 파악할 정도로 학생들이 자발적인 모금을 진행했다”며 “오히려 학생들에게 배웠다”고 했다.
제주여고에서도 일부 학생들이 학생자치회에 건의해 18일부터 성금을 모았다. 학생자치회는 SNS를 통해 “세월호에는 수학여행에 대한 부푼 꿈을 가진 친구들이 타고 있었다”며 “슬픔을 같이 나누고 싶다”고 밝히고 물품을 모으기 시작했다.
제주도에서는 이외에도 남녕고, 대기고, 대정여고, 삼성여고, 서귀포고, 애월고, 오현고, 중앙여고, 제주과학고, 함덕고, 효돈중, 중문초, 가마초 등도 성금과 구호 물품을 모았다. 제주도교육청도 나서 구호물품을 현지에 전달했다.
사고해역이 있는 전남에서도 온정의 물결은 이어졌다. 전남 보성고 학생동아리 ‘핸드메이드’ 회원 10명이 19일 위문편지와 휴지, 우비, 종이컵, 라면 등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강아름(17) 핸드메이드 회장은 “세월호 침몰로 숨진 단원고 학생들이 우리랑 같은 나이인데 너무 안타까웠다”며 “구출된 단원고 학생들은 스스로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목상고 학생들도 18~25일을 성금 모금기간으로 정하고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았다. 목상고 학생회는 “상상도 못할 참사로 단원고 학생들이 큰 희생을 당했고 그 가족들은 감내하기 어려운 슬픔과 고통에 빠져 있다”며 모금활동 안내 게시물을 걸어 모금을 진행했다.
단원고가 있는 경기도 고교생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백양고 학생회는 구호품 8박스를 보내고 “우리 학교 전교생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아이들의 마음이 담긴 생필품을 보냈다”고 밝혔다. 경기도에서는 경안고, 서현고, 성남여고, 안산디자인문화고, 천천고, 풍무고, 은행중 등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구조 현장으로 생필품을 보냈다.
온정의 물결은 사고와 관련이 있는 시·도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서울 여의도여고, 영락고, 인천 문일여고, 인천하늘고, 인천세무고, 부산 문현여중, 부산 덕문여고, 대전서일여고, 울산상고, 울산생활과학고, 울산여상, 울산 화암고, 충북 보은여고, 충북여고, 경북 성희여고, 경남 봉곡중, 경남 사천여중 등 전국의 학교에서 보낸 성금과 구호물품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 성금 기탁처를 찾던 경기 영성중은 한국교총이 희망브릿지 전국재해구호협회와 연계해 24일부터 시작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함께 나눕시다’에 동참하기로 했다. 박은영 교장은 “학생회 주도로 모금운동을 시작해 교원, 학부모가 다 동참키로 했는데 신뢰할만한 모금단체를 찾던 중 교총이 나서 학생회에 안내했다”며 “28일까지 모인 금액을 학생회 명의로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