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 목을 부러뜨리고도 정직하지 못하게 숨겨 선생님을 실망케 했고, 입시에 수석하지 못해 또다시 실망시켜드린 점이 너무 부끄러워 저는 그날부터 선생님을 피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어언 졸업 날이 됐습니다. 선생님은 헤어지는 순간 제 손을 꼭 잡으며 당신의 책상위에 놓여있던 헌 붓을 쥐어주셨습니다. 선물이었습니다. 아마도 공부 열심히 해 당신의 뒤를 이으라는 무언의 당부셨겠지요. 그런 뜻도 모르고 쓰던 붓을 주신다는 것에 철없이 서운해 했고, 평생 간직해야 할 것을 언제 어떻게 없앴는지 지금도 무척 송구스럽습니다.
교수가 되고 박사학위를 받던 날, 축하연에 선생님 부부를 모시고 가장 먼저 축사를 부탁드렸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려고 노력해 온 저의 교직생활도 이제 몇 개월 남지 않았습니다. 미흡했으나마 은사님의 길을 따랐기에 여한은 없지만, 제가 늘 아껴 쓰던 이 마지막 만년필을 넘겨주고 싶은 제자를 만나지 못해 아쉽습니다.(요약)
교총이 스승의 날을 맞아 개최한 ‘존경하는 은사 수기공모전’에서는 이동춘 동아대 교수의 수기 ‘서운(瑞雲) 이미도 선생님을 기리며’가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수기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스승의 사랑과 제자의 공경이 상호작용하는 서사의 구체성과 인과성이 설득력 있고 감명을 주도록 진술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기에는 여름방학이면 학생들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도시 중학교에 진학시키고자 공부를 도왔던 선생님과의 추억과 스승이 작고한 후 이 교수가 직접 묘비명을 새겨드린 이야기까지 스승과 제자의 각별하고 오랜 정이 진정성 있게 묻어났다.
우수상은 끊임없는 칭찬과 격려로 제자들에게 용기를 줬던 담임선생님을 그린 천안쌍용초 윤종학 교장의 글 ‘선생님, 강신연 선생님! 지금 어느 하늘 아래 살고 계십니까?’와 가난으로 비행청소년이 돼 방황하는 제자에게 구두 닦는 일을 통해 자립하는 법과 희망을 심어준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밀양밀주초 박순걸 교사의 ‘구두닦이 소년의 꿈’이 선정됐다.
이번 공모전은 3월 3일부터 지난달 11일까지 현직 교원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총 113편이 응모했다. 이밖에도 △조영미 충남 홍성여중 교사(에밀레종 선생님의 엽서 한 장) △김흥례 인천 신대초 교사(물범, 지범, 교범) △김석원 강원 봉래초 교사(인생의 소중한 선물 세 가지를 주신 선생님) △김규완 경북 영일고 교사(선생님은 꿈과 희망을 주시는 분) △이재만 경기 안성여중 교사(존경하는 신주섭 선생님과의 소중한 추억)가 장려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