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무상교육복지공약, 독약일 수 있다

2014.05.22 16:22:00

2010년 교육감선거에 이어 이번 교육감선거에서도 무상교육복지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유아교육·보육(누리과정), 초등돌봄교실, 고교무상교육 등 지금 시행중이거나 시행예정인 복지공약 만으로도 지방교육재정은 충분히 빈사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상교복, 무상통학, 무상방과후교육, 무상교재 등 무상교육 시리즈가 공약에 계속 등장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의 경우 연간 인건비 증가분이 1조 5천억 원 가량이고 누리과정 증가분이 1조원 정도 된다. 여기에 고교무상교육 수요 약 2조원이 대기 중에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총액은 내국세 수입액의 20.27%와 교육세 수입액으로 고정돼 있다. 교육세 수입액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므로 내국세 수입액이 늘어나지 않으면 교부금은 늘어날 수 없는 구조다. 그런데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내국세 수입액이 과거처럼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작년 이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축소기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복지 탐욕, 교육 부실로 이어져

금년도 교부금 증가액은 5천 7백억 원에 불과했다. 신규 교육복지 수요는 고사하고 인건비 증가분도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내년에는 작년도 과다 교부분 2조 9천여억 원이 감액돼 금년보다도 교부금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에 1조 원 정도 지방채를 발행한 바 있고 금년에도 2조 원 이상의 지방채 발행이 예정돼 있다. 유래 없는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하면서도 당초 연차계획에 따라 예정됐던 누리과정지원비 인상분을 예산에 반영하지 못하고 겨우 세입과 세출을 맞춰 예산을 짜놓은 상태다.

복지에 대한 탐욕은 교육부실로 연결되고 급기야 기존 복지마저도 부실해지는 부실 도미노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복지를 광의로 해석하면 교육 자체가 복지라고 할 수도 있지만 통상적으로 볼 때 복지는 교육과 엄연히 구분된다. 복지의 확대로 교육이 위축된다면 그야말로 본말전도가 아닐 수 없다. 교육을 잘하면 그것이 곧 복지가 될 수는 있어도 복지를 잘 하는 것이 바로 교육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의 본질적 기능은 교육이지 복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학교환경에서 복지는 교육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이다. 교육을 잘하기 위해 복지가 필요한 것이지 복지를 잘하기 위해 교육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복지를 잘하기 위해 교육이 침해를 받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교육복지 재정수요가 적정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혹자는 복지를 확대해도 교육에 영향을 주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비용으로 복지비용을 충당해선 안 되며 복지비용은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는 원칙론적인 주장으로 그럴 듯하지만 현실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사람들은 복지가 늘기를 바라지만 조세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질 높은 교육이 곧 참된 복지

현실적으로 교육감에게는 교육재원을 확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거의 없다. 교육감이 공약사업비 확보를 위해 취할 수 있는 대안은 세출 우선순위 조정뿐이다. 지방교육재정의 경우에는 경직성 경비인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서 세출 우선순위를 조정해 공약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용이하지 않다. 그래서 교육복지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애매히 교육환경개선비나 교수학습비가 삭감된 것이다.

이번에는 무상교육복지 공약을 내세운 교육감 후보에게 투표하지 말아야 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축소기에 진입한 상황이라면 무상교육복지 공약은 곧 교육환경을 악화시키고 학교안전을 훼손하며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독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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