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시범학교가 너무 많이 지정돼 예산의 합리적인 편성이 안 됐다는 지적이 나온 이후 전국의 연구·시범학교는 꾸준히 줄었다. 그러나 많게는 1억 5000만원까지 지원하는 혁신학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그 결과 연구·시범학교를 줄여 확보한 예산이 일반학교에 지원되지 못하고 혁신학교 들어갈 공산이 크다.
2014년 전국에서 연구·시범학교 대상으로 선정된 학교는 2114개다. 이는 2011년 3395개였던 것이 2012년 2786개, 2013년 2384개를 거쳐 연차적으로 줄어든 결과다. 3년 사이 1281개 줄었다.
연구·시범학교는 계속 줄어드는데 일반학교의 예산이 늘지 못하는 것은 혁신학교를 비롯한 교육감 자율학교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교육감 당선자들이 이미 579개에 달하는 혁신학교를 대폭 확대할 것을 공약해 이같은 상황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서울, 부산, 인천, 광주, 경기, 충북, 충남, 전남 교육감 당선자가 신설하거나 추가로 지정하겠다는 혁신학교 숫자만 더해도 전국의 혁신학교는 1500개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경기도에 근무하는 한 초등교사는 “근 몇 년간 연구·시범학교를 운영하는 초등학교를 찾기 힘들다”며 “진보교육감이 연구·시범학교를 지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경기도 자체 지정 연구·시범학교는 2011년 126개에서 2013년 0개로 줄었다.
연구·시범학교는 전국에서 가장 급격히 줄었지만 자율학교는 가장 많이 늘었다. 경기도의 혁신학교 수는 282개다. 2011년에는 89개였다. 연구·시범학교가 126개 줄어드는 동안 혁신학교가 193개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연구·시범학교를 줄여 아낀 예산이 고스란히 혁신학교에 들어간 셈이다.
교육감 당선자의 성향에 따라 자율학교나 연구·시범학교 선정이 대폭 바뀌니 결국 학교 운영만 어려워졌다. 특히 사업비를 전액 지원받다 갑자기 삭감당할 경우 현장의 혼란은 클 수밖에 없다. 한 중학교 교사 “과학영재학급을 전액 지원받아서 운영했는데 올해부터는 자비부담으로 운영되면서 대부분 학교에서 사실상 운영을 못하게 됐다”고 했다.
강원도의 한 고교에 교사도 “혁신학교와 같은 실험적인 성격의 학교교육체제는 학교현장의 피로도를 가중시키고 교원의 교육집중도를 현저하게 저하시킨다”며 “단순한 외형적 확대보다는 실질적인 교육과정 개선 등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부산 한 초등교사도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체제를 변화시키면 불이익은 결국 학생들이 받는다”며 “혁신학교 확대나 자사고 축소를 앞세울 것이 아니라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