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 지원으론 따라잡기 역부족
예산 없으면 교육과정 자율권 허울뿐
“혁신학교 확대가 일반고 죽이는 주범”
지난해 8월 교육부는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을 내놓으면서 특별교부금으로 일반고 학교당 5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올 1학기부터 지원이 시작됐지만 여전히 ‘일반고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그 정도 지원금으로는 특목고나 자율고, 혁신학교와의 격차를 따라잡기는커녕 다양한 교육에 생색내는 것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특목고의 경우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적게는 1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 억원을 지원받기도 한다. 자율형 공립고는 1~2억 지원을 받고, 자사고는 등록금을 3배 가량 받는다. 혁신학교도 1억 5000만 원까지 지원받는다.
게다가 이들 학교는 정부나 교육감이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학교라는 이유로 각종 시범·연구 학교나 지원 사업까지 중복해서 받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경기도의 한 혁신학교는 시설이 좋은 신설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된 것도 모자라 교과교실제와 고교교육력제고 시범학교까지 중복 지정됐다. 지자체의 교육사업 예산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5000만원의 지원금으로는 현실적으로 교육 여건을 따라잡기 힘들 뿐만 아니라 교육과정 자율성도 허울에 불과하다는 것이 현장 교사들의 증언이다.
인천의 한 일반고 교사는 “특목고는 일반고에 비해 우수한 교육시설과 많은 교사정원이 있는데다 별도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며 “일반고에 교육과정 자율권을 줘도 학교 시설, 재정, 교원 수급이 따르지 못하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충남의 한 일반고 교사도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려면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며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일반고 학생들이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막상 학생부전형에 활용할 수 있는 동아리를 지도할 인력도 부족하고, 교육과정을 중점적으로 지도할 교원수급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일부 교육감들은 혁신학교 확대를 공약해 예산 편중에 대한 현장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일반고 교사는 “재정 지원 외에는 답이 없는데 혁신학교를 만들어 안 그래도 힘든 일반고를 더 박대하고 있다”며 “이대로 두면 일반고를 죽이는 주범이 자사고나 자율고가 아니라 혁신학교가 될 것”이라고 한탄했다. 혁신학교에 들어가는 지원금이 자율고에 들어가는 지원금보다 많은 상황에서 혁신학교를 더 확대한다니 나올 법한 얘기다.
서울시교육청이 17일 발표한 ‘일반고 전환 자사고 지원방안’도 같은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고를 살리기 위해 자사고를 줄인다면서 이를 밀어붙이기 위해 5년간 14억에 달하는 거액의 지원을 약속했다. 오히려 자사고일 때보다 예산 지원 편중은 더 심해지는 상황이다.
서울의 다른 일반고 교사는 “한 학교에 2억이 넘는 돈을 지원하는 것은 특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과거에는 일반고에도 교육과정 운영이나 방과후수업에 대한 지원이 이뤄졌는데 각종 무상복지 예산 때문에 중단됐다”며 “일반고를 살리려면 교육과정 운영이나 방과후수업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