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교육감 시대를 맞아 수많은 교육 혁신 방안들이 시도되는 가운데, 일부 지역 교육감들이 9시 등교, 학생 벌점제 폐지 방침을 밝혀 교육현장에 파장이 일고 있다.
‘5.31 교육개혁안’ 이후 제7차 교육과정이 들어서면서 단위학교 경영체제를 확립하게 돼 학교교육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은 학교장 권한으로 정하게 되어 있다. 이를 뒷받침 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49조에 '수업이 시작되는 시각과 끝나는 시각은 학교의 장이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법이 제정되기까지는 수많은 의견 수렴과 절차를 거쳐서 만들어진 것인데, 일부 교육감이 독자적으로 학교 등교 시각을 9시로 조정하겠다는 것은 교육현장을 무시한 정책결정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 학교는 지역 학부모 실정을 감안해 등교시각을 결정한 것이다. 맞벌이 부모들이 점차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를 갑자기 9시로 조정하게 되면 학부모 반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며, 그 부담은 교육감이 아닌 학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에게 돌아올 것이 뻔하다.
학생지도에 따른 문제도 예외일 수는 없다. 날이 갈수록 수업하기가 힘들어지는 것이 오늘의 학교 현장이다. 학교 급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 천차만별임을 교육감이 알아야 올바른 교육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최근 학생지도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은 교사들이 늘고 있으며, 이는 유례없는 명예퇴직 행렬로 이어져 교사의 교육력이 약화되고 있는 현실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이런 다양성을 무시하고 단지 학생을 위한다는 명분하에 자신의 철학으로만 획일적 교육정책을 입안할 경우 교육현장을 혼란으로 빠뜨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들 위험성이 크다.
모든 방안들의 성패를 가름하는 기준은 사회와 학교 구성원들의 수용 여부에 달려 있다. 물론 변화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혁신이 성공하려면 반드시 학교장을 비롯한 교사, 학부모 등 교육공동체에게 희망을 주는 결과로 연결돼야 한다. 정부의 정책은 물론 교육감의 지도 방침도 예외일 수 없다. 단위 학교에서 학부모, 교직원의 합의로 만들어진 학칙이 존중되고, 교육력 저하를 가져오는 문제가 무엇인지 귀 기울여 소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