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학습 연구년…교직 생활의 터닝 포인트였다"

2014.08.08 10:03:20


[참가 교사 3인이 말한다]

워크숍 참석하고 역사 현장도 답사
"자기 주도적 연수 계획·실천으로
전문성은 물론 교직 자부심도 UP"

# 여름방학을 며칠 앞둔 7월의 어느 날, 빙혜리 서울잠신초 교사는 한 학생으로부터 뜻밖의 고백을 받았다. 학생은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선생님에게 건넸다.

“선생님은 우주 최고 선생님이세요!”
‘우주 최고’라고 치켜 세워주는 아이의 모습에 빙 교사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올해 3월, 그녀는 담임을 맡으면서 학생들에게 한 가지를 약속했다. ‘앞으로 1년 동안 가장 행복한 아이로 만들어주겠다’는 것이었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빙 교사는 스스로 규칙을 만들었다. 학생이 즐거운 수업하기, ‘I-Message’로 말하기 등이 바로 그것.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문학 수업에는 연극을 도입했다. 시의 내용을 상상해 역할극으로 표현하고 시인이 시를 쓰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추측하는 식이다. 처음에는 낯설어했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문학 수업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이 늘었다.
 
사고뭉치 장난꾸러기들을 대할 때도 화내거나 꾸짖지 않았다. 대신 ‘복도를 위험하게 뛰어다니는 걸 보니, 선생님은 참 걱정이 되는구나’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낸다면 선생님이 무척 행복할 거 같아’와 같이 I-Message를 기반으로 한 비폭력 대화를 시도했다.

빙 교사는 “학습 연구년제가 이 모든 걸 가능하게 도왔다”면서 “지난해 학교를 벗어나 교직생활을 돌아보고 ‘교육 연극을 통한 초등 동화 수업 개선 방안’과 학생 상담에 대해 공부·연구한 덕분”이라고 귀띔했다.



# 올해 학습 연구년에 들어간 박혜정 서울개화초 교사는 지난 한 학기 동안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냈다. 진로교육에 대한 대학 강의를 듣는가 하면, 뜻이 맞는 동료 교사들과 함께 자율 세미나를 열었다. 수업에 활용할 자료를 모으기 위해 미술관·박물관을 찾았고, 전국 곳곳에 흩어진 역사 현장을 방문했다. 박 교사는 “교사 생활 25년 만에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다”면서 “아이들을 가르칠 힘이 재충전된 느낌”이라며 웃었다.

김경화 서울 신서중 교사도 다르지 않았다. 평소 관심 있었던 과학 영재교육 관련 강좌·강연을 찾아다녔다. 각종 과학 분야 학회와 워크숍에도 참석했다. 2주마다 돌아오는 토요일에는 과학프로젝트반 학생들과 각종 과학 행사에 참여하고 대학도 탐방했다. 학창 시절처럼 도서관 열람실에 앉아 책도 실컷 읽었다. 김 교사는 “학교에 있었다면 엄두도 못 냈을 일이지만, 올해 학습 연구년제 대상자로 선정돼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학습 연구년제가 도입된 지 5년차에 접어들었다. 교원의 전문성을 키우고 공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2010년 처음 시범 실시된 학습 연구년제는 교원능력개발평가 결과가 우수한 교원에게 1년간 학교 밖에서 자유롭게 연구할 기회를 주는 특별연수다.

참가 교사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기존 연수와 달리 교사가 직접 평소 관심 있었던 분야를 연구 주제로 정해 연수 계획을 짜고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혜정 교사는 “주로 5·6학년 담임을 맡다보니 교과와 연계한 진로교육에 대해 고민했고 연구 주제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동료 교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다양한 현장 교육 사례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높게 평가된다. 빙혜리 교사는 “교사마다 학급 경영, 학생 상담 등 잘하는 분야가 있다”면서 “연구년 교사들과 소통하면서 그만의 방법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다른 학교에 근무하는 동료들을 만나면서 현장 교육 사례를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과 교직에 대한 소회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공감대를 형성한 거죠. 학교 현장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털어놓으면서 위로 받고 해결 방법도 함께 고민했고요. 이 과정을 통해 교직에 대한 자부심이 더 강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효과적인 교수법과 학생 지도법을 재교육 받을 수 있고 과중한 업무로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다는 점도 학습 연구년제의 장점으로 꼽혔다. 김경화 교사는 “열심히 공부하는 동료 교사들을 보면서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시간이 아까워서 일분일초를 쪼개가며 워크숍과 학회, 세미나를 찾아다녔어요. 그동안 가고 싶어도 시간이 맞지 않아 참여하지 못했던 게 너무 아쉬웠거든요. 부지런히 배우고 익힌 내용을 학교 현장에 적용해볼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렙니다.”

박 교사는 “‘행복’이라는 단어 말고는 현재의 만족감을 표현하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더 많은 교사들이 학습 연구년제 대상자로 선정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빙혜리 교사도 “주변을 살펴보니, 한 우물을 판 교사들이 연구년을 알차게 보내더라. 학습 연구년제에 관심 있는 사람은 틈 날 때마다 흥미 있는 분야와 주제를 고민해 미리 준비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김명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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