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모호한 기준으로 일부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지정 취소한 것에 대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해당 자사고들은 오는 26일부터 예정된 청문절차를 거부하고 학생모집에 차질이 있을 시 손배소 등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한다는 계획을 내비쳤고, 교육부 역시 조 교육감의 방침에 반대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조 교육감은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는 ‘자사고 폐지하고 혁신학교 살리고’ 식의 조 교육감 선거공약 이행에서 출발했다. 교육감 선거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제도라는 점에서 이는 지나친 선거 횡포라 볼 수 있다. 교육행정이 선거공약으로 좌지우지된다면 교육감 성향에 따라 혼란이 가중돼 국가교육의 안정성은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선거공약 이행에 매몰되다 보니 무리한 강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가 내세운 평가절차는 너무 억지스럽다. 교육평가는 등위를 매겨 기준 미달을 가려내는 선별적 기능보다 성장으로의 기능을 우선으로 여긴다. 선별적 평가를 한다 하더라도 사전에 척도를 예고해 개선을 위한 시간을 마련해주고 있는데 조 교육감은 취임 3개월도 채 되지 않아서, 그것도 지나치게 자의적인 평가를 들이대 지정취소를 강행하려 한다.
서울교육청 6개 평가영역 13개 항목, 30개 평가지표 중 조 교육감 취임 후 추가된 교육청의 재량 지표에서 학교 간 점수 차가 가장 많이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점수 차가 발생한 것은 ‘인권동아리가 있느냐 없느냐’라는 식의 교육 본질과 관계없는 문항 영향 때문이다. 기존의 평가가 본인의 의도와 맞지 않는다고 보편적이지도 않은 잣대를 들이대 밀어붙이기 식으로 지정 취소하는 건 너무 폭력적이다.
자사고를 폐지하고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는 명분도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일반고의 정상화가 자사고 폐지로 해결할 성질의 것은 결코 아니다. 보다 전문적인 시각에서 일반고는 일반고의 특성에 맞게 발전시키고, 자사고도 상향식 평준화에 이바지하는 고교 교육의 한 축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당장 중학교 3학년 진로에 비상이 걸렸다. 어린 학생들을 희생양 삼는 정치행위는 삼가야 할 적폐다. 하루빨리 선거 횡포를 거두고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