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내고 덜 받고…“희생할 만큼 했다”

2014.10.16 18:55:22

공무원연금 개악史


1995년 이후 20년간 줄곧 후퇴 거듭
2009년 개정 최악…5년 만에 또 칼질

“퇴직자 연금까지 손댄다고요? 이미 전부 낸 돈을 덜 받게 한다는 건 사유재산을 빼앗는 행위 아닌가요?”

퇴직 공무원들까지 두려워하고 있다. 정부가 퇴직자 연금마저 손을 댄다는 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설이 나올 때마다 예외나 다름없던 퇴직자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이번 변경 안이 ‘역대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대신 말해주는 듯하다.

특히 이들을 비롯해 20~30년 경력 공무원들의 경우 가장 활발히 활동한 근 20년 동안 공무원연금에 대해 무수한 희생을 감내해야 했기에, 품고 있는 피해의식 정도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정부가 공무원연금을 본격적으로 개혁하기 시작한 지난 1995년부터 지금까지를 살펴보면 이들이 지칠 만하다. 이 기간은 ‘개악’의 역사라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20년 가까이 공무원의 희생만 강요했을 뿐 단 한 번의 개선이 없다.

국가 경제규모나 위상 등 전체적인 분위기를 봤을 땐 점차 선진국을 향해 가는 것 같은데, 진정 발전해야 할 복지가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그 '개악'의 속도와 정도가 점차 심해진다는 것이다.

‘더 내고 덜 받는’ 일은 공무원연금 64년 역사 가운데 2009년 개정 때 딱 한번이었는데 불과 5년 만에 더 큰 칼날을 또 들이댄다는 건 너무나 가혹하다는 목소리다. 더구나 그 기간 정부의 연기금 부당사용은 물론 연금공단 수장에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 인사’를 하는 등 연금 고갈을 초래했음에도 모든 책임을 공무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95년과 2000년 개정 때 ‘더 내는’ 변화가 있기 했지만 ‘덜 받는’ 일은 없었다. 게다가 첫 개혁 당시에는 지나치게 수혜 중심이었던 공무원연금제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고, 2000년 개정 때는 정부 구조조정이 휩쓸고 간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분담’ 차원이라는 명분이 있었다.

물론 연금액 조정방식이 재직자 보수 기준에서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 기준으로 바뀌거나, 연금지급개시연령 도입 및 확대, 소득심사제 도입, 비리공무원 연금 제한 확대 등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지만 이는 비교적 합리적 방안으로 수용됐다.

최근 명예퇴직을 신청한 한 교원은 “2009년 개정 때 처음으로 ‘더 내는 데다, 덜 받기까지 하는’ 개편이 단행된 것은 이전과 다른 것이었다”며 “이처럼 큰 개편 뒤에는 한동안 변경하지 않는 것이 보통인데 짧은 기간 안에 다시 큰 칼날을 댄다는 건 너무나 큰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009년 개정법률에 따르면 종전 연금 지급률을 재직기간 1년당 평균기준소득월액의 2.1%(재직기간 20년에 대해 평균보수 월액의 50%로 하고, 20년을 초과하는 매 1년당 평균보수월액의 2% 가산)로 하던 것을 평균기준소득월액의 1.9%로 인하했다. 연금산정의 기초가 되는 소득을 종전의 보수월액에서 과세소득인 기준소득월액으로, 종전의 최종 3년 평균에서 전체 재직기간 평균으로 바꿔 크게 불리해졌다.

이와 함께 2010년 1월 1일 임용자부터는 유족의 적정 생계비 수준과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종전 퇴직연금액의 70%를 지급하던 유족연금도 60%로 하향 조정했고, 연금지급개시연령도 60세에서 65세로 높였다.

이로 인해 2010년 1월 1일 임용된 공무원의 경우 기여금은 종전보다 26% 증가하고 연금총액은 25.1% 감소하게 됐다.

또 퇴직자의 연금액이 지나치게 많아 수급자 간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기여금과 연금액을 산정할 때 본인의 소득이 전체 공무원의 평균 소득의 1.8배를 초과할 수 없도록 상한을 설정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 같이 대폭 개편한 뒤 향후 안정된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큰 소리 쳐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손질한다니 공무원 입장에선 뒤통수를 얻어맞는 기분이 드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더 이상 속을 수 없으며 ‘개악’의 역사를 되풀이 할 수 없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공투본 관계자는 “연금개악 주도 주요인사와 정부·여당 및 국회 안행위원 대상 집중 항의투쟁을 지속하고, 11월 1일 100만공무원 총궐기대회를 통해 연금개악을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병규 bk23@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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