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몰랐던 친구의 리더십 봤어요”

2015.07.06 15:16:46

교실 속 수업 따라가기
교과서에서 확장된 주제로 모둠 과제
의견 절충 과정에서 배려, 나눔 배워
친구끼리 장점 찾아내…학생부 기록

“친구들과 작업을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나요?”

“지혁이가 내성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영상을 만들면서 활발하게 참여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지난달 23일 충남 서산 서령고 1학년 3반 교실의 국어 수업. 최진규 교사는 모둠 활동으로 UCC영상을 만들거나 연극을 꾸민 학생들에게 활동 후의 소감에 대해 물었다. 학생들은 대부분 기존에는 보지 못했던 친구들의 색다른 모습을 봤다는 답변을 했다. 최 교사는 학생이 본 학생의 평가에 대해서 일일이 기록했다.

이날 학생들은 ‘문학의 갈래’ 단원에 포함된 5개 문학작품별로 최 교사가 제시한 심화 과제의 결과물을 발표했다. 최 교사가 제시한 한 장의 학습지에는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열린 결말에 대해 창의적으로 도출하고 가상의 대본으로 만들어 작품을 연출하시오, 희곡 ‘결혼’을 읽고 결혼이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결혼의 필요한 조건과 관련해 독창적으로 주제를 설정해 극으로 발표하시오’와 같은 과제들이 제시돼 있었다.

학생들은 다소 어색하지만 간단한 소품까지 준비해 자신들이 만든 대본에 따라 연극을 선보이기도 하고, UCC영상이나 PPT를 활용해 주제 발표를 했다. 교사가 제시한 주제에 한정하지 않고, 두 개의 작품을 융합해 새로운 주제를 만들어 선보인 모둠도 있었다. 소설 속에서 조연이던 인물을 결말에서 중요한 인물로 부각시켜 이야기를 꾸미거나 동서양의 역사나 여론조사, 신문 기사 등 결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교과서와는 다른 결론을 맺는 등 창의적인 결과물들도 눈에 띄었다.

최 교사는 결과물이 나오게 된 과정에 대해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는 학생들에게 “누가 이 아이디어를 냈나요?”, “준비하면서 의견이 안맞았던 부분 있나요?”, “반대가 많았는데도 왜 이걸로 진행을 하게 됐죠?”, “얼마나 연습한 거죠?”와 같은 질문을 했다. 결과물에서 엿보이는 창의성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의견을 도출하고 과제물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키워가야 할 배려와 나눔 등 인성 요소에 대해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발표가 마무리되면 학습지에 모둠원의 활동에 대해 칭찬하거나 자신의 태도에 대해 반성하는 내용을 기록하게 된다. 학생들은 ‘영상촬영을 할 때 리더십이 돋보였다’, ‘촬영날 일찍 나와 다른 사람을 기다릴 정도로 성실했다’, ‘만족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배역이라도 열심히 해주었다’는 등의 기록을 통해 모둠 친구들의 태도를 평가했다.

최 교사는 “인성이라는 추상적 가치를 수업을 통해 어떻게 내면화시킬지를 고민하다가 모둠 활동을 통해 알게 된 친구들의 장점을 보고 배우자는 뜻에서 짧게라도 기록하는 공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기록은 최 교사가 학생부 자료에 기록하는 데에도 참고하게 된다. 최 교사는 모둠 활동 수업이 끝나면 학생 개개인별로 학생부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란에 활동사항을 직접 기록하고 있다. 입력 제한(500자)이 있기 때문에 같은 과목을 두 교사가 나눠 가르칠 경우 등을 감안해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그는 “대입전형 자기소개서에 ‘학업을 위해 어떤 노력, 탐구를 했는지’에 대해 써야 하는데 학생들이 이를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며 “평소 수업활동에 대해 교사가 이렇게 기입을 해놓으면 나중에 학생들이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참고할 수 있어 유용하다”고 밝혔다.

최 교사는 9개 학급에서 이같은 활동을 실시하고 주요 과정을 녹화해 편집,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시간을 별도로 갖는다. 같은 주제를 놓고 다른 학급의 학생들은 어떤 내용으로 발표했는지를 공유함으로써 지식의 외연을 넓히고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 교사는 “기존의 강의식 수업에서는 개별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이나 성취, 수업 참여도를 평가하기가 어려운데 모둠 과제를 통해 발현되는 학생들의 끼와 열정을 접하게 되면서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관찰할 수 있게 됐다”며 “학생들도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협력하는 과정을 통해 배려와 나눔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앞서 “기본적으로 수업은 교과 지식을 내면화하는 것이 최우선인 만큼 도입 단계에서는 교사 중심 수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저는 수업 전에 미리 시험 문제를 출제해 핵심 내용을 파악하고 이를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해서 강의는 반으로 줄이고 활동시간을 마련한다”고 덧붙였다.
윤문영 ymy@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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