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학교 교육에 실망” 홈스쿨 증가

2015.07.06 15:18:53

특수·영재아 위주…5년새 29%늘어
인터넷 발전, 부모간 교류활발 한몫
일부 州선 비용지원, 학습진도 챙겨

캐나다 일부 주에서는 홈스쿨 가정에 예산까지 지원하면서 ‘가정학습’이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달 16일 캐나다의 프레이저 연구소(Fraser Institute)는 ‘캐나다 홈스쿨 현황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12년 홈스쿨링 학생 수는 총 2만1662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캐나다 전체 학생수의 0.4%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2007년에 비해 29%나 증가한 숫자다.

캐나다에서 현재와 같은 근대적 교육제도는 1867년 연방정부 출범과 동시에 시작됐다. 중앙정부 대신 각 주 정부의 책임과 관할 하에 기본적인 의무교육이 시행됐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정부 주도의 일괄적인 교육 시스템에 실망하거나 효과를 거두지 못한 일부 학부모를 중심으로 홈스쿨 운동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홈스쿨에 대한 북미사회의 분위기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1985년도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0%가 홈스쿨 자체를 불법화시켜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인식이 좋지 않았다. 홈스쿨의 경우, 기존 사회문화에 반기를 든 좌파 인텔리계층 부모나 정치이념적으로 정반대편에 선 극우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의 탈사회 대안문화로 치부될 뿐이었다. 그러다보니 캐나다는 말할 것도 없이 미국만 해도 전체 홈스쿨 등록학생이 겨우 1만에서 1만5천명에 불과했다.

그러다 10년 새 홈스쿨에 대한 인식이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1995년 동일 갤럽조사에선 정반대로 조사대상자의 70%가 홈스쿨을 기존 정규 학교교육을 대체하는 효율적인 교육제도로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이같은 대대적 인식전환에 힘입어 2000년대 이후 홈스쿨 등록학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현재 미국에서는 전체학생의 4%에 달하는 200여만 명이 각종 형태의 홈스쿨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캐나다에서의 홈스쿨 상황은 미국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아직은 미국에 비해 1/10에 불과한 숫자지만 점차 학생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홈스쿨에 대한 캐나다 각 주의 규정을 보면 기본적으로 정규 공·사립학교를 포기하고 집에서 수업을 대신한다는 신고 의무조항이 있다.

온타리오나 브리티시컬럼비아(BC)는 이 신고만 하면 별다른 규제가 없으나 매니토바와 노바스코시아 지역의 경우, 홈스쿨 교육과정과 학업 진척도까지 보고토록 하고 있다. 알버타, 싸스카치완과 쿼벡 주는 신고의무에 더해 주 정부의 승인까지 얻어야 하는 등 상대적으로 규제가 심하다.

무료 공교육을 포기하고 독자적인 홈스쿨을 택한 만큼 주정부의 예산지원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BC, 알버타, 싸스카치완 등 서부 3개주는 홈스쿨 가정에 학생 일인당 일정액의 현금 지원까지 한다.

BC의 경우, 9학년 중학 과정까진 일인당 연간 175달러, 10~12학년 고교생은 600달러를 지원한다. 알버타의 경우, 학생 일인당 820달러, 싸스카치완은 교육청마다 다르나 연간 1000달러까지 지원하는 곳도 있다.

캐나다 전체 학생 수의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이후 홈스쿨 학생이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을 위시한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부모가 교육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까지는 충분히 가르칠 수 있고 홈스쿨 부모 간의 네트워크 확충으로 손쉽게 정보와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남과 다른 종교나 정치, 사상적 이념 때문에 불가피하게 홈스쿨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녀나 가정이 처한 현실적 특수성 때문에 홈스쿨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 학습 능력이 떨어지거나 정신지체 장애로 정규 교육과정을 밟기 어렵거나 반대로 영재성이 돋보여 일반 학교에선 동기 부여를 얻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대안교육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재정문제로 압박받는 주 정부 입장에서도 정부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 홈스쿨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으니 당분간 홈스쿨 재학생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장재옥 현지 동시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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