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장터의 ‘情’ 느끼게 해주고파

2015.08.12 18:21:21

이수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사라져가는 시장 문화 알리려
7년간 전국 5일장 사진에 담아
중·고교에서 순회 전시회 열어


사진작가가 꿈이었던 한 고등학생. 발길 닿는 곳마다,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셔터를 눌렀다. 카메라만 있으면 그저 행복했다. 촬영한 사진을 직접 인화하고 공모전에 출품, 상을 받을 만큼 열정도 넘쳤다. 하지만 농부의 아들이었던 그는 비싼 필름 값을 감당하기 어려웠고, 결국 카메라를 손에서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그가 느지막이 꿈을 이뤘다. ‘장터 전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이름을 알린 것이다. 지난 2013년부터 중·고등학교를 돌면서 현재까지 총 43회 전시를 열었다. 7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발로 뛰면서 담아낸 시골 5일장의 풍경을 소개한다. ‘사진으로 맛보는 대한민국 장터이야기’를 기획한 이수길 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화 되면서 학창시절 못다 한 작품 활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옛날 기억을 떠올려 사진을 찍었어요. 다시 카메라를 잡은 만큼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죠. 그러다 점점 사라지고 있는 시골 5일장을 떠올렸습니다. 정(情)과 인간미, 삶의 희로애락이 가득한, 우리 고유의 생활문화이자 삶의 터전인 시골 장터를 알려야겠다, 생각했지요.”

시골 장터를 본격적으로 기록하기 시작한 건 2008년부터다. 지도에 표시해가면서 팔도강산을 종횡무진 누볐고, 현재까지 500여 곳 지역 장터에 발 도장을 찍었다. 상인들과 한 데 어울려 이야기하고 국밥도 한 그릇 얻어먹으면서 시골 장터에 녹아들었다. 주름 가득한 거친 손, 시장 바닥에서 한 끼를 때우는 상인, 종이 박스에 구멍을 뚫어 햇빛 가리개로 삼은 할머니, 깡통과 촛불로 난로를 만드는 어머니… 5일장의 맨얼굴을 프레임에 담았다.

이 작가는 “사진을 통해 모정, 가족애, 직업정신 등을 엿볼 수 있다”면서 “5일장이 사라지기 전에 청소년들에게 장터 문화를 알려주고 싶어서 전국 중·고등학교 순회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으로 맛보는 대한민국 장터이야기’는 작가의 모교인 인천 제물포고에서 첫 선을 보였다. 전시 의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순통 전 교장의 지원 덕분이었다. 이후 인천 지역 학교에서 입소문을 탔고 릴레이 전시로 이어졌다. 인천에서 시작해 지난해부터는 서울 지역 학교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방학 기간을 제외하면, 3년간 단 한 번도 쉼 없이 진행됐다. 전시는 모정의 세월, 장인정신, 희로애락 등 세 가지 시리즈로 구성됐다. 오는 2학기에는 서울 상문고에서 44회 전시회가 열릴 예정이다.

그는 “학생들이 장터 사진을 보면서 시골 장터 문화를 이해하고 대한민국의 저력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생각할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면서 “100회 전시가 목표”라고 전했다.

“학생들이 가장 인상 깊다고 꼽은 작품은 강원도 시골 장터에서 만난 할머니의 손 사진입니다. 돌아가신 할머니를 그리워하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학생도 있었어요. 생전에 한 번 더 손을 잡아드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했죠. 사진 한 장으로 가족과 부모님의 소중함을 떠올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의 장터를 한 번쯤 가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물건을 깎는 재미는 물론 인간미와 정은 덤으로 얻어갈 수 있죠. 이 자리를 통해 학교 교직원, 선생님들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한 번도 쉬지 않고 전시회가 열릴 수 있었던 건 다 여러분의 도움과 배려 덕분입니다.”
김명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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