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요. 오히려 늘었으면 늘었지."
현 정부 출범 후 교원 행정업무가 경감됐는지를 묻는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 경기 A초 교장은 단박에 이렇게 잘라 말했다. 이 교장은 "말로는 항상 행정업무를 줄여주겠다고 하면서 교육부, 교육청, 국회, 도의회 전부 달라진 게 없다"며 "표집 처리해도 될 것을 굳이 전수조사로 하고, 3년에서 길게는 십수년 전 자료까지 요구하는 통에 2학기에는 아예 다른 일은 포기해야 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교원 행정업무 경감을 공약하며 그 방안으로 △교무행정지원인력 별도 확보·배치 △학교 교육통계 관리 및 활용 입법화 △에듀파인 개선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임기 절반이 지난 지금도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각급 학교에 배치된 교무행정인력(전산·과학 포함)은 총 2만1593명으로 현 정부 출범 전인 2012년 2만112명에서 1481명 증원되는 데 그쳤다.
학교 교육통계 관리 및 활용 관련 법령은 일부 개정됐지만, '학교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와 같은 선언적 문구에 불과해 전혀 실효성이 없다. 에듀파인 시스템 역시 별반 달라진 점을 찾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 반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산 부족으로 교무행정인력 증원이 미진했고합 실효성 있는 법령 개정도 이뤄지지 못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대신 연수강화로 인력의 질을 높이고 교무행정팀 구성을 확대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학교 교무행정팀 구성율은 2012년 60.6%에서 2013년 76%, 2014년 80.9%로 매년 증가했다.
그러나 서울 A중 교사는 교무행정팀 구성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이 교사는 "교무행정지원팀 구성으로 일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일부 교원에게 일을 몰아주는 것"이라며 "지원팀 소속 교사들의 불만이 높고 다른 교사와 갈등을 빚는 일도 종종 일어나기 때문에 차라지 폐지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교육청에서 수요일을 공문 없는 날로 홍보하기도 했지만 실상은 화요일 저녁에 공문이 집중돼 달라진 것이 없었다"며 "요구 기관명만 다른 중복자료 요구 등 불필요한 잡무를 줄이고, 학교당 행정지원 인력을 2명 이상 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