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사로서 부끄럽지만 처음에는 ‘아이들이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어요.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편견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이 놀랍게 발전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소평가했던 제가 부끄럽기도 하고 잘 따라와 준 것이 대견하고 기뻤습니다. 물론 비장애 학생들처럼 단번에 변화를 보인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 아이들도 느리지만 분명 성장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광주지역 교사 9명이 지적장애‧발달장애 학생 28명과 함께하는 ‘파랑새합창단’이 한국교육개발원의 ‘인성교육 우수모델 선정사업’ 최우수 교사동아리로 선정됐다. 교사들의 순수하고 자발적인 의지로 결성된 이 동아리는 노래에 열정이 있는 학생들, 자녀에게 좋은 교육 기회를 주고 싶었던 학부모들의 힘이 모여 어느덧 6년째 이어지고 있다.
동아리 회장인 조이순 광주 선명학교 교사는 “장애학생은 자신감이 부족하고 심리적으로 긴장과 위축을 경험하고 있어서 그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자아존중감과 사회성”이라며 “합창은 인내심과 자신감을 키우고 성취감을 느끼면서 장애 극복 의지를 가질 수 있는 최적의 교육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사는 “아이들이 잘 못하는 것을 나무라며 학습을 강요하기보다 그들이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에 초점을 둬 더 잘하게 돕는 것이야말로 학생‧학부모‧교사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교육”이라며 “이제껏 장애청소년 합창단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 선뜻 시작하기 어려웠지만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합창단은 매주 화요일 오후 6시부터 한 시간 반 동안 전문 지휘자의 지도에 따라 합창연습을 한다. 교사들은 인지적으로 편차가 큰 학생들이 골고루 배움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팀이 돼 보조 역할을 맡는다. 합창 후에는 책임감과 인내심, 자아 존중감 등을 기를 수 있는 인성교육 프로그램도 곁들인다. 또 주말에는 연습 외에도 인성 캠프, 사제동행 무등산 등반대회, 걷기대회, 집짓기 봉사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다 보니 어느새 학생들은 긍정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조 교사는 “고된 학교일과를 마치고 합창단 연습을 가는 길은 비록 몸은 힘들지만 언제나 마음은 즐거웠다”며 “각자 다른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버스를 타거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방과 후에 어렵게 참여하는 환경임에도 항상 웃으며 맞아준 28명의 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발원은 최우수동아리 외에도 우수 교사동아리 2팀을 더 선정해 발표했다. 먼저 6명의 교사들로 구성된 대전 도마중 ‘도마행복지킴이’는 ‘삼색 힐링 무지개를 통한 인성교육 클리닉’이 테마다. 노랑은 ‘공감과 이해’, 초록은 ‘배려와 존중’, 빨강은 ‘인내와 규칙 준수’라는 기준을 만들고 그에 맞는 상담 프로그램, 교수학습 지도안, 봉사활동 프로그램 등을 운영했다.
동아리 회원 중심으로 운영했지만 비회원 교사들도 참여하기 시작했고 인성과 관련된 수업을 전개하는 교과에는 예산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운교 교사는 “말로만 외치고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수업과 체험중심의 인성교육을 진행했더니 학생들의 흥미도도 향상됐고 교사들도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또 서울 영일초 ‘문화예술 교사동아리 通’은 연극중심 ‘통통 프로젝트’로 인성중심 협력학습을 실현했다. 10여 명의 교사들은 학생 연극동아리를 운영해 학생들과 직접 연극을 만들고 공연하면서 문화, 타인,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가르쳤다. 이들이 무대에 올린 공연은 독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너희 땅, 우리 땅’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텅빈 집이어도 괜찮아’ 등이다. 최우영 교사는 “교사 동아리의 예술적 비전문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극단과 연계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며 “학생들이 무대 위에서 상호 협력적 작업을 통해 소통, 배려의 기술을 배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