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돌봄 혼재…학교가 과포화 떠안아

2015.11.30 10:38:34

단순 학령기 연장 과정으로 활용…정체성 흔들
학교는 직업교육, 지역사회는 평생 자활 지원을
국가·지자체, 시설 확대·예산 지원 뒷받침해야

“중증과 취업가능 학생들이 한데 섞여 있어 서로가 피해를 보더라고요. 자구책으로 20여 명의 학생을 수준별 3개 팀으로 나눠 교육하기 시작했는데, 최선은 아니지만 환경을 고려한 차선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여전히 하위 학생들의 경우는 수업 진행이 어렵죠.”(A학교 B부장교사)

“전공과 한 학급당 학생 수가 타 학교에 비해 5~6명 정도 많은 13~14명이다 보니 수업 때 예측할 수 없는 많은 문제가 발생해요. 수업의 질, 안전 문제 등 교사가 책임져야 할 여러 문제를 안은 채로 불안한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어요.”(C학교 D부장교사)

1995년 장애학생들을 위한 직업훈련의 목적으로 시작된 전공과가 올해 20년을 맞았다. 그러나 앞선 안양해솔학교의 문제는 비단 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공과는 여전히 교원인력 부족, 행‧재정 지원 부족, 모호한 정체성 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정체성 문제는 2007년 특수교육법 제정 이후 본래 진로‧직업교육 중심이었던 전공과 교육에 ‘자립생활’ 목적이 더해지면서 본격화 됐다. 취업 능력과 동기를 갖고 있는 학생들과 자립재활이 필요한 학생들이 혼재하면서 전문적인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데 한계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돌봄’과 ‘취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본래 목적인 진로‧직업교육이 되레 소홀해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발표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을 위한 전공과 운영 활성화 방안 연구’를 주도한 이지연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전공과는 직업재활훈련과 자립생활훈련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어 어느 것도 특화되지 못하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며 “향후 학교는 직업재활훈련을 중심으로, 지역사회는 평생교육 차원에서 자립생활중심으로 운영하는 방향으로 체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연구위원은 “장애인복지법, 장애인활동 지원에 대한 법률,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과 연계해 장애인의 자립생활훈련‧교육에 대한 국가 및 지자체의 역할에 대한 법 조항을 마련, 중증장애 학생들에 대한 평생교육 관점의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공과가 설치된 특수학교는 127곳으로 총 학급 수는 493개고 재학생은 4274명이며 이 중 정신지체 학생은 3433명(80.3%)으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전공과 설치 일반학교는 19개교이며 학생 수는 186명이다. 그러나 진학을 원하는 학생‧학부모들에 비해 전공과 수용인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대전가원학교의 경우 전공과 신입생 30명 모집에 59명이 지원해 29명이 탈락했다.

연구에서 밝혀진 전공과 설치과정은 총 519개로 ‘기타 과정’이 148개(28.5%)로 가장 많고, ‘제조 관련 단순종사자’ 과정이 98개(18.9%), ‘제과제빵원 및 떡 제조원’ 과정이 71개(13.7%)로 뒤를 잇는다. 기타과정은 ‘진로준비’, ‘일상생활’, ‘여가 생활’, ‘건강 안전’과 같이 사실상 취업교육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취업률은 2010년 42.8%였던 것이 올해는 35.5%로 5년 전에 비해 다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비정규직 취업자는 483명(73.3%), 정규직 취업자는 176명(26.7%)으로 절반 이상 고용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실정이다. 급여수준을 살펴보면, 523명(79.4%)이 월 100만원 미만의 급여를 받고 있으며 단 14명(2.1%) 만이 150명 이상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경제적으로도 열악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교사들은 “전공과가 단순 학령기 연장이 아닌 취업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장애학생에 대한 산업체 및 지역사회의 인식 재정립은 물론 현장중심의 진로‧직업교육, 국가수준의 지침 마련 및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A학교 B부장교사는 “바리스타 교육을 위해 커피머신 같은 기자재를 들여놔도 중증장애 학생들의 경우 정상적인 수업이 어렵고 취업반 역시 실습공간, 예산 부족 등으로 실제 상황과 동떨어진 교육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학교 F부장교사도 “다양한 분야에 대한 강사 및 심도 있는 교육과정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나아가 장애학생의 취업을 지원하고 취업기간, 취업률 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 연구위원은 전국 모든 특수학교에 진로진학상담교사를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장애학생들의 특성, 직무적성을 분석하고 학교교육이 곧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장애학생과 비장애 학생들의 교육환경에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예람 yr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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