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脫法이 민주화의 기준인가

2002.05.06 00:00:00

지난달 27일 민주화운동보상심의회가 전교조 해직교사에 대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하기로 결정한 것은 재고돼야 한다. 전교조 활동이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되지 않아야 할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전교조 운동은 노동운동이라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88년 전교협이 결성되었을 때, 나름대로의 활동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노동조합 설립을 고집하면서 '89년, 실정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이를 강행했다. 따라서 순수한 교육운동의 측면보다는 노동운동 차원의 노동세력 확산에 더욱 주안점을 둔 것을 지적한다.

둘째, 그들의 주장이 과연 민주화와 관련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전교조 출범 당시 그들의 핵심주장은 초·중등학교 교무회의의 의결기구화와 학교장 선출보직제였다. 교무회의 의결기구화는 학교를 주민의 통제가 아니라 교원 자치구로 변질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선출보직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 뿐만 아니라 학교현장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이 과연 민주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셋째, 다른 교사와의 형평성 문제다. 민주화 운동이 권위주의의 해소에 기여한 공로라면, 당시 법을 준수하겠다는 정신으로 노동조합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교단의 민주화에 기여한 교원들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유독 노동조합을 결성한 자에 대해서만 민주화 운운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넷째, 전교조가 교단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합법화 과정에서 교육자로서는 할 수 없을 정도의 폭력이 난무해 교단 황폐화의 직·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이 사실이다. 민주화 운동으로 결정을 내리기 전에 먼저 전교조 활동의 공과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절차상의 문제이다. 민주화 운동이라는 역사적인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교육계의 의견이나 국민적인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은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위원 8명중 3명이 기권하거나 반대하는 상황에서 다수결로 밀어부칠 사항은 더욱 아니다. 개개인의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심의 없이 단지 전교조 해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일괄 처리한 것은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전교조 합법화 후 학교는 조퇴투쟁, 연가투쟁 등 불법활동으로 혼란을 겪고 있고 전교조 가입교사와 비전교조 교사 사이의 갈등 또한 더욱 심해지고 있다. 과연 전교조 활동의 결과가 노동운동의 합법화 외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결정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분명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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