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학생들은 이곳에 목숨 걸고 왔습니다. 돌아갈 곳도 없죠. 이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인 겁니다. 때문에 정서적으로도 많이 불안하죠. 탈북학생들의 초기적응 교육이 특히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 어린이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고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새해에는 소외된 아이들에게 좀 더 깊고 따뜻한 관심을 보냈으면 합니다.”
탈북학생들에 대한 애정과 이들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머리를 맞댄 교사들이 있다. 탈북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원들과 탈북교사, 탈북학생 지도 경험이 있거나 관심 있는 교원 23명으로 구성된 수업연구회 ‘통일징검다리’가 그 주인공. 이들은 지난달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주최한 ‘제6회 탈북학생 교육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수업연구회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난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연구회의 가장 큰 성과는 탈북학생 통합교과서를 개정한 것이었다. 박석동(경기 광선초 교감·사진) 회장은 통합교과서가 현재의 생활 실정과 동떨어져 있는 점에 주목했다.
“2012년에 제작됐지만 오래된 것은 10년 전 자료가 그대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아직 한글도 제대로 모르는데 장문의 편지를 쓰라거나, 이제는 스마트폰과 교통카드로 해결되는 대중교통을 표를 끊으라고 서술된 식이죠. 탈북학생 특별학급을 운영하는 경기 삼죽초 교사들이 ‘교과서가 너무 어렵고 현실과 맞지 않아 못 쓰겠다, 교재의 10%도 활용 못 한다’고 토로한 것을 보고 연구회는 출발됐습니다.”
연구회는 먼저 기존 통합교과서의 내용체계를 추출‧분석했다. 학생들의 사회적응력 향상을 위해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관심도가 높은 주제를 선정하고 재구성했다. 예를 들어 ‘태극기를 설명해보라’는 내용은, 태극기 밑그림을 제시하고 알맞은 색을 칠하면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수정한 것이다.
재구성을 완료한 교과서는 지난해 7월부터 12주 동안 삼죽초 3~4학년을 대상으로 적용됐고 교원들의 교과서 활용도는 60%가까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박 회장은 “올해는 활용도를 더 높이기 위해 연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눠 교육과정의 연계성도 높이고 수업에서의 효능감을 강화할 수 있도록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본적인 어려움도 지적했다. 최근 탈북학생들이 중국 등 제3국 출생이 50%이상 증가하면서 ‘언어’ 문제가 부각된 것이다. 한국어를 못하기 때문에 다문화 학생에 가까운 경향이 있고 일반 탈북학생들과의 수준차이도 커 연구회원들은 재구성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그는 “앞으로의 탈북학생 교육은 다문화교육과의 협력을 증대해야 한다”며 “더욱 활발히 활동해 많은 교원과 교육당국이 이 문제에 관심 갖고 협조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박 회장은 “중요한 것은 단순 학력과 진로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한국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자리를 자주 마련해 열린 마음으로 사회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교직생활 동안 언제 어디서 탈북학생을 만나게 될지 모르는 만큼 선생님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모범사례를 적극 개발‧전파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