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새해 아침의 소망

2016.01.04 09:36:15

옛 사람들이 세월 가는 것을 쏘아놓은 살이라고 한 말은 맞다. 밀레니엄 시대라고 환호하던 때가 엊그제인데 어느새 2016년이다. 사실 시간을 분절한다는 게 어디 가능하겠는가만 성찰의 의미에서 시간을 앞뒤로 돌려보는 일은 유익하다.

교육근본 가리는 정치‧이념 걷히길

새해가 됐으므로 희망을 가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나 험한 자본과 이념의 파도에 휴먼토피아를 잃은 우리로서는 미래가 낙관적이지는 않다. 허리띠를 조르며 가나안을 향한다고 했지만 정작 우리가 도착한 곳은 지능화된 자본공화국이었다. 공자와 노자, 루소도 실종된 이 곳.

도서관에서 읽은 책도 그저 자기 방어적인 논리적 수단으로 전락했다. 인간이 본성을 버려야만 살 수 있는 이 행성, 깜깜한 어둠 속을 헤매어도 등불 한 점 발견할 수 없는 사각지대. 휴머니즘의 불씨를 살린다는 게 죽은 자식 뭐 만지는 것처럼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새해의 소망을 남긴다면 무슨 말을 할까. 우리는 긴 세월 많은 지식을 배우고 가르쳤음에도 교회보다 모텔이 많고, 진보와 함께 파괴를 양산했다. 아, 그리하여 가장 먼저 정치인들이 회개하기를 바란다. 언제까지 권력을 향한 이전투구를 할 것인가. 툭하면 ‘국민’을 위하고 ‘국민’의 이름으로 한다고 하지만 정작 하늘 부끄럽지 않게 말 할 수 있는가. 사기꾼과의 분별이 어려운 정치인들이 병신년에는 회개하기를 바란다.

이어, 교육감의 석고대죄를 바란다. 교육의 근본 윤리를 흔들고 정치적 야심으로 노이즈 마케팅을 일삼고 무책임한 정책을 강행하는, ‘되면 되고 안 되면 말고’식의 분탕질을 멈추어야 한다. 아이들이 망가지고 학력은 바닥을 치는데, 다음 선거의 표심을 위해 ‘젯밥’에만 신경을 쓰는 작태를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시킨다고 하여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공무원들의 참회도 바란다.

또한 새해에는 선생이 선생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이 사람이 선생인지 샐러리맨인지 아니면 일용직 잡부인지 분간 안 가게 사는 모습을 청산해야 한다. 선생은 적어도 학부모와 학생들이 함부로 대하지 못할 위엄을 갖추어야 한다. 진정으로 학생을 끔찍이 사랑하고 그리하여 함께 벼랑 끝에도 서보고 함께 울어도 보아야 한다. 어두운 밤 별을 보며 뚜벅뚜벅 퇴근하는 게 선생이다. 그리하여 섣불리 ‘나는 선생이다’고 말하지 말라.

교육주체 다함께 본모습을 되찾자

아울러 자식을 키우는 이 나라의 엄마들이 거듭났으면 좋겠다. 신사임당처럼 책을 읽고 선한 것을 즐기며 더러는 회초리를 들었으면 좋겠다. 명품으로 치장하고 맛집 순례를 즐기며 즐기는 엄마에게 무엇을 배우랴. 그저 아이에게 돈이 최고라고 가르치는 엄마와 대충 사는 아빠에게서 무슨 ‘안중근’과 ‘김구’를 바라랴. 정말이지 진정 자식을 위한다면 부모가 유대인의 교육방식을 몇 페이지라도 읽기 바란다.

그리하여 새해에는 디지털화된 아이들의 대뇌가 아날로그로 회복되기를 바란다. 게임을 하다가 툭하면 욕설과 ‘짜증나’로 반응하는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고 꽃을 사랑하며 친구에게 ‘미안해’, ‘고마워’라는 말을 자주 하기를 바란다. 선생님이 부르면 얼굴을 붉히며 ‘네’라고 대답하고, 그 상기된 얼굴로 진정한 애국 애족이 무엇인지,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스스로 물으며 영혼을 정화하길 바란다.

그리하여 다시금, 새해에는 설계된 교육이 아닌, 내면으로부터 교육이 이루어져 전자칠판 이나 교과서 없이도 평화와 행복이 절로 우러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김평엽 논설위원·경기 효명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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