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어느 고교 1학년 교실에서 몇 명의 학생들이 수업 중이던 기간제 교사(남, 39세)를 빗자루로 때리고 손으로 머리를 밀치는 사건이 발생해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공개된 동영상 속에서 학생들은 그 교사에게 욕설을 퍼붓고 바닥에 침을 뱉기도 했다. 또 일부 학생들은 웃으면서 이 광경을 지켜봤고 한 학생은 이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 이 학생은 동영상을 SNS에 게시했다가 학교 측이 알게 되면서 곧바로 동영상을 삭제했다고 한다. 며칠 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수업에 무단결석한 학생 3명이 교사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밝혔다.
뉴스를 시청하면서 경악했다. 도저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광경이었다. 현장의 교권 추락이 심각하다지만 그래도 이 정도에 이른 줄은 몰랐다. 도대체 무엇이 교육 현장을 이 지경으로까지 만들어 놓았다는 말인가. 분노하기에 앞서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몹시도 참담하고 부끄러웠다.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지난 5년간의 교권침해 현황에 따르면, 학생·학부모에 의한 사례는 무려 2만 6000여 건이나 된다고 한다. 그 중 폭언·욕설이 1만 6485건, 수업 진행 방해 5538건, 기타 3165건이다. 학생들에 의한 교사 폭행 또한 2010년 45건에서 2014년 86건으로 늘었으며,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도 412건이나 된다. 놀랍고도 무서운 통계다.
아닌 게 아니라, 현장 교사인 필자도 겪었다. 짝과 떠들며 줄곧 수업을 방해하는 여학생에게 자리를 옮기라고 했다가 왜 차별하느냐는 거친 항의도 받아봤고, 수업 중 휴대폰으로 게임하는 남학생을 야단쳤다가 고발하겠다는 봉변도 당해보았다. 그때마다 황당했지만, 그들을 제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 교칙에 교내 봉사니 사회봉사니 하는 처벌이 있다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최악의 경우 전학 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이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되더라도, 학생·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에 적극 대처하고, 피해 입은 교원들의 치유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니 기대해봄 직한 것이다. 하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양을 잃고 나서 그 우리를 고친다’는 뜻의 ‘망양보뢰’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 전한(前漢) 때 유향(劉向)이 편찬한 ‘전국책(戰國策)-초책(楚策)’에 나온다. 우리 속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 충격적인 일이 터지고서야 부랴부랴 보완, 통과된 ‘교권보호법’을 보는 감회가 그렇다. 아무쪼록 이 법의 시행이 교권확립의 획기적인 계기가 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