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학교는 어때?”…교실에 교실이 들어왔다

2016.01.14 18:05:31

화상으로 ‘원격협력학습’
윤현철 대구 칠성초 교사

웹캠 통해 교실 간 연결
도시 밖, 해외 친구 만나
서로의 환경·문화 이해

수업 전 교사 협력 중요
과목별 일반화에 힘쓸 것







“지금부터 ‘토요 휴업일에 주로 하는 것’에 대한 우리 반 설문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칠성초 6학년 9반 학생들은 토요일에 휴대폰 사용(41%), TV 시청(24%), 방과후학교 참여(17%) 순으로 많았습니다.”

“이번에는 동곡초 학생들이 발표해볼까요?”

“저희 반은 방과후학교(67%), 독서(10%), 휴대폰‧TV(각 8%)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 이 결과를 띠‧원‧사각형 그래프로 나타낸 후 비교 분석해봅시다.”

지난 11월 11일 대구칠성초 6학년 9반 수학 시간. 교실 앞 대형모니터에 대구동곡초 친구들이 나타났다. 웹캠으로 교실과 교실이 만나는 ‘원격협력학습’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서로 다른 지역, 다른 학교지만 수업시간 두 교실은 하나의 클래스가 된다. 교사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사회자 역할을 맡았다. 원격이 연결되자 각 반은 설문 현황을 발표하고 결과를 비율 그래프로 나타낸 후 분석 내용을 공유했다.

칠성초 학생들은 ‘우리 반은 토요일에 휴대폰 게임을 많이 한다’, ‘우리학교와 동곡초는 토요 방과후학교 참여 비율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등 분석을 하고 ‘휴대폰 게임 비율이 높아 반성해야겠다’, ‘휴대전화를 장시간 사용하면 학습이나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등의 결론을 내렸다.

이런 수업을 선보인 주인공은 윤현철 대구칠성초 교사. 그는 지난해 12월 ‘교육용 앱기반 협력학습을 통한 수학적 사고력 신장’을 주제로 대구교육청이 주최한 제30회 초등교사 수업발표대회에서 1등급을 받기도 했다.

방학을 맞은 요즘도 윤 교사는 연구에 한창이다. 마침 교육청도 올해 원격혁렵학습을 현장에 도입키로 하고 참여 학교를 20개교로 확대해 그의 연구에도 탄력이 붙었다. 대구교육청은 수업발표대회에서 1등급을 받은 교사들을 이듬해 ‘수업우수교사’로 임명하고, 1년 동안 연구를 지속한 경우 다음해 ‘연구교사’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를 운영, 교원들의 연구 의지를 북돋고 있다.

“협력학습은 보통 짝, 모둠 형태로 진행되잖아요. 교실을 벗어나 협력 범위를 넓혀보고 싶었습니다. 반 전체, 혹은 도시 밖, 해외까지도요. 서로 잘 아는 같은 반 친구보다 처음 만난 각지의 학생들과 수업내용을 공유하고 협력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더 많이 나오고 집중력도 높아질 것이라는 가정에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원격협력학습이란, 교실과 교실을 원격으로 화상 연결해 하나의 교실 전체와 다른 하나의 교실 전체가 협력하는 형태의 수업을 말한다. 2개 교실이 같은 시간에 같은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함께하는 교사들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매 차시 수업지도안을 공유하고, 장비점검 등 사전에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완벽한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윤 교사는 여승현 대구동곡초 교사와 함께했다. 이들은 2013년 교총이 개최한 제44회 전국교육자료전에서 ‘디지털 스토리텔링 수학교실’로 대통령상을 거머쥔 주인공이기도 하다. 연구는 6학년 수학 ‘비율 그래프’ 단원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총 12차시로 구성된 단원은 우선 각 학급에서 띠그래프, 원그래프를 이해하는 이론 수업 후 9차시부터 공통 주제를 정해 조사활동 및 자료 수집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제는 ‘토요 휴업일에 주로 하는 것’이었다. 각 반 학생들은 설문지를 통해 조사를 진행했고 결과를 토대로 10주차에 본격적인 원격협력학습을 실시했다.

수업에는 ‘팀뷰어’, ‘에버노트’, ‘클래스팅’, ‘스키치’ 등 12개 이상의 앱도 활용된다. 다양한 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그가 개발한 ‘협력학습 설계 앱’은 수업 단계별로 필요한 프로그램을 미리 선택하고 등록하는 인터페이스다. 윤 교사는 “각각의 앱을 독립적으로 실행하는데서 오는 시간낭비를 줄이고 매번 설치할 필요가 없어 수업 준비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다”고 설명했다.

“원격협력학습은 교과서 이상의 것을 가르칠 수 있어요. 이 단원 교과서를 보면 단순히 반 친구들이 좋아하는 계절을 조사하고 그래프로 나타내도록 돼 있죠. 우리 반의 60%가 여름을 좋아한다는 결과가 나온들 이것이 아이들 깨달음에 어떤 도움이 될까요?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외국 친구들, 농촌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양한 방법으로 비교해보고 성찰하는 것이 진정한 실생활중심 교육에 가깝다고 봅니다.”

포부도 밝혔다. 그는 “지난해는 수학과목을 중심으로 연구했지만 올해는 각 과목과 단원별 교육과정을 분석해 협력이 필요한 단계들을 추출, 일반화에 힘쓰고 싶다”며 “주의할 점, 알맞은 예를 들어주고 제언도 곁들여 더 많은 선생님들이 이 수업방법을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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