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14세 투표 의지 높다며 “교육감 선거 16세부터”
9시 등교, 혁신학교 당위성도 피력…일선 “노골적”
경기도교육청이 최근 발간한 ‘통계로 보는 교육정책’이 16세 선거권, 9시 등교, 혁신학교 등에 대한 당위성만 강조해 “이재정표 정책 홍보물”이라는 현장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도교육청과 도교육연구원 교육통계센터가 지난달 24일 배부한 보고서는 ‘학생의 투표 의향’ ‘교사의 효능감’ 등 총 23개 주제에 대해 OECD, 한국교육개발원 등의 통계치를 수록했다. 문제는 결과를 설명하며 자세히 제시한 ‘시사점’에서 이 교육감의 비전, 추진 정책의 효과를 반복해 내세운다는 점이다.
16세 이상 청소년에 선거권을 주자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OECD 국가 만14세 학생들에게 ‘성인이 됐을 때 선거에 참여해 투표할 의향이 있는가’를 물은 결과(2009년), 우리 학생의 응답률이 86.9%, 23개국 중 3위에 올랐다. 이에 대해 “이런 높은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 의향은 도교육청이 제안한 16세(고교생) 이상 청소년에게 교육감 선거권을 주자는 것과 관련해 큰 의미가 있다”고 시사점을 적시한 것이다.
이재정 교육감은 지난해 10월 7일 기자간담회에서 16세 선거권을 제안하며 “교육의 중요한 주체이자 대상인 청소년들에게 교육정책 결정권자에 대한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은 학생들의 교육주권을 인정해주는 의미다. 교육자치법을 개정하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무늬만 자율’로 비판 받는 ‘9시 등교’도 여기저기서 긍정적 평가만 열거했다.
경기도 중3 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시간과 수면 시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하루 4시간 이상 사용자가 그 이하 사용자보다 새벽 1시 이후에 자는 비율(20.1%)이 2배나 높았다. 이에 대해 시사점으로 “9시 등교는 수면부족을 해결할 좋은 정책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또 OECD(2014)가 만15세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행복감을 느끼는가’를 물은 결과, 우리나라 학생들은 60%만 ‘그렇다’고 응답해 최하위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서도 “9시 등교는 행복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혁신학교에 대한 애착도 드러냈다. 보고서는 경기교육종단연구 3차년도 자료를 인용해 “학교풍토가 민주적일수록 교사효능감이 높아졌다”고 설명하면서 시사점으로 “민주적 학교풍토를 형성하고 교사효능감을 발전시키려면 혁신학교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평적 학교풍토 조성을 위해 학생회, 학부모회, 교직원회 법제화와 학교자치조례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정책기획관실 이성 장학관은 “교육정책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과정에서 각종 통계 분석과 활용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발간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정책홍보집 같은 내용에 교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경기 A초 교장은 “스마트폰 사용으로 수면시간이 줄었다면서 9시 등교를 홍보하는 건 억지로 꿰어맞추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B초의 한 교사는 “학생을 정치화하는 선거연령 하향과 지금도 강압에 못 이겨 시행하는 9시 등교를 민주,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선전하는 게 황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