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로 교육읽기> 국유사유(國有四維)

2016.02.04 20:24:27

얼마 전 우연히 한 학부모가 쓴 ‘교원능력평가’에 대한 글을 보았다.

‘담임선생님은 전화로 한두 번쯤 얘기라도 해 봤지만, 그 밖의 선생님은 아무 것도 모르는데 그 선생님의 교육철학까지 읽어내야 하는 학부모만족도평가는 사실 빈 깡통이다. 친구가 학교선생님으로 있어 들은 얘기도 있지만, 내가 이 같은 평가를 왜 해야 하는 건지, 그리고 대체 선생님들은 이런 자료들을 취합하고 통계를 내 어디에 쓰려고 하는지, 특히 교장, 교감선생님의 평가는 들리는 풍문이나 아이들의 입에 의존하는 점수가 전부다. 나도 학교생활을 해봤지만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선생님이 꼭 좋은 선생님은 아닌 듯한데…. 아무리 학교가 통계자료를 내고 학부모의 의견을 꺼내기에 손쉬운 방법이라지만 교육행정을 하는 사람들이 한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학교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실감이 가는 말이다. 평가는 그 공정성과 신뢰성이 전제되어야 함에도 평가자의 기분에 따라 언제든 평가가 뒤바뀐다면 이는 학부모의 말처럼 빈 깡통이 된다. 어떤 이는 이 같은 평가에 대해 평가하는 사람이나 평가하는 말에 신경 쓰지 말고 우선 교사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떳떳하게 한다면, 그 어떤 평가를 받아도 그게 그리 문제가 되겠느냐고 말한다.

과연 문제가 되지 않을까? 춘추전국시대 관중은 군주가 알아야 할 네 가지 버팀 줄로 ‘사유(四維)’, 즉 ‘예의염치(禮義廉恥)’를 말했다. 그는 이 중 하나가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고 두 개가 끊어지면 나라가 위태로우며 세 개가 끊어지면 나라가 뒤집히고, 네 개가 다 끊어지면 나라가 망하여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없다(國有四維 一維絶則傾 二維絶則危 三維絶則覆 四維絶則滅 傾 可正也 危 可安也 覆 可起也 滅 不可復錯也-『管子』牧民編)고 했다.

학교 교육의 핵심은 수업이다. 만일 수업 방법이나 그 질 향상을 목적으로 교원능력평가가 이루어진다면, 또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승진과 보수를 결정하는 중요한 근거자료로 활용하려 한다면, 이는 우선 평가도구로써 타당도와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그러나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중론(衆論)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학습 결과를 내듯, 교사의 가르치는 능력을 교원능력평가라는 획일화된 잣대로 들이대려 한다면, 이는 교육평가의 기본 개념도 저버리는 즉 예의염치(禮義廉恥)도 없는 파렴치한 평가가 되고 말 것이다.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李奎報, 1168~1241)는 ‘면잠(面箴)’에서, ‘마음에 부끄러운 점이 있으면, 네가 먼저 부끄러워한다. 얼굴빛은 주홍빛처럼 붉고, 땀이 물처럼 떨어진다. 남을 대할 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슬며시 돌려 피한다. 마음이 하는 일이 네게 옮겨졌기 때문이다. 모든 군자는 의(義)를 행하고 위의(威儀)를 갖춘다. 마음을 곧게 가지면 네가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라 했다.

미래 교원능력평가의 척도는 이글에서처럼 부끄러울 때 나타나는 얼굴의 변화로 삼는 것은 어떨까?
송영일 대전가오고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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