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송(北宋)시대 사마광(司馬光)이 지은 ‘자치통감(自治通鑑)’에 나온 이야기다. 사마광이 어렸을 때, 한 아이가 커다란 장독대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곁에 있는 어른들은 허둥대며 갑론을박하고 있었다. 사다리 가져와라, 밧줄 가져와라, 물 값, 장독 값, 책임 소재를 계산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요란법석을 떠는 동안 물독에 빠진 아이는 목숨이 매우 위태로운 지경에 처했다. 그 때 작은 꼬마 사마광이 옆에 있던 돌멩이를 주워들고 장독을 깨뜨려 아이의 목숨을 구했다. 여기에서 유래한 ‘염일방일(拈一放一)’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중요한 하나를 가지려면 덜 중요한 다른 하나를 버려야 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어떤 일을 결정해야 할 위치에 있는 수장들은 위급한 일이나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실례를 몇 가지 살펴보자. 매년 학부모들은 반복되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둘러싼 정부와 시‧도교육청의 예산 떠넘기기 다툼을 걱정한다.
해마다 고교 입시나 대입 수능이 끝나면 3학년 교실은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무질서의 혼란을 겪는다. 학교별로 운영하는 수능 이후 프로그램 역시 한계가 있는 듯하다. 현재의 복잡한 입시제도에서 수시모집, 정시모집 일정과 학사 일정을 조금만 조정하면 중3, 고3 교실의 정상화는 어느 정도 가능한데도 매년 되풀이 되는 시간 때우기 식의 파행적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미래사회를 위해 우리 교육은 변해야 한다. 비판력과 종합사고력, 창의력 신장을 위해 질문·토론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는 수업혁신과 입시 개혁을 강조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 풀이, 단순 지식 암기식, 정답 찾기에 주력하고 있는 현실에서 혁신미래교육을 위한 큰 변화는 기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치열한 경쟁과 세계화 속에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를 경험하면서 미래 우리 사회는 학력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정말 귀한 것을 얻으려면 덜 귀한 것은 과감히 줄이거나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정책 결정자들이나 기관의 책임을 맡고 있는 분들, 또는 어른들은 습관적으로 해온 일에 익숙하거나 집착하고 변화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좀처럼 결정하기 힘들어질 때 ‘염일방일(拈一放一)’의 지혜를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연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