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 쓸 우리말>㊱겨울이 ‘득하다’ ‘푹하다’

2016.02.24 10:34:02

맹추위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고 한다. 맹추위는 매우 심한 추위를 이르는 말이다.

(1) 맹추위(猛--): 매우 심한 추위

매우 추운 추위를 이르는 말로는 ‘강추위’가 있다. 강추위는 눈이 오지 않으면서 추운 강추위와 눈이 오면서 추운 강추위, 두 가지로 쓰인다.

(2) 강추위: 눈도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으면서 몹시 매운 추위
(3) 강추위(強--): 눈이 오고 매운바람이 부는 심한 추위

두 번째 사례 ‘강추위’에서 ‘강-’은 ‘다른 것이 섞이지 않고 그것만으로 이루어진’의 뜻을 나타낸다. 안주 없이 마시는 술을 ‘강술’이라고 하고, 물이나 다른 어떤 것이 섞이지 않은 굴의 살을 ‘강굴’이라고 하고, 좁쌀만으로 지은 밥을 ‘강조밥’이라고 하며 다른 나무의 숯이 섞이지 않은 참숯을 ‘강참숯’이라고 한다. ‘강추위’는 ‘된추위’라고도 하는데 ‘된-’은 ‘매우 심한’의 뜻을 나타낸다.

(4) 된추위: 몹시 심한 추위
(5) 된더위, 된바람, 된서리, 된여울




추위가 오랫동안 계속될 때 ‘장대추위’라고 하고 한창 심한 추위는 ‘한추위’라고 한다.

(6) 장대추위(長---): 오랫동안 내리 계속되는 심한 추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7) 한추위: 한창 심한 추위

매서운 겨울 추위를 흔히 ‘동장군’이라고 한다.

(8) 동장군(冬將軍): 겨울 장군이라는 뜻으로, 혹독한 겨울 추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 말은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략할 때 프랑스군이 추위에 많은 희생자가 발생해 영국 신문 기사에 ‘영하의 장군(general frost)’이라 표현했고 이 말을 일본 작가가 ‘동장군’으로 번역한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손돌이’라는 뱃사공의 일화와 관련된 ‘손돌이추위’라는 말도 있다. ‘손돌이추위(孫乭---)’는 음력 10월 20일 무렵의 심한 추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고려 시대에, 임금이 탄 배의 사공인 손돌이가 여울을 헤쳐 가려다가 의심을 받고 억울하게 죽었는데, 그 후로 10월 20일 무렵이면 그 원한으로 바람이 불고 날이 추워진다고 해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것을 순우리말로는 ‘득하다’라고 하고 한자어로는 ‘한파(寒波)’라고 한다. 겨울 날씨가 따뜻한 것을 ‘푹하다’고 하고, 날씨 따위가 맵고 찬 것을 ‘맵차다’고 한다.

(9) 득하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다 ¶ 겨울 날씨는 푹하다가도 때로는 득하기도 한다.
(10) 푹하다: 겨울 날씨가 퍽 따뜻하다 ¶ 요 며칠 푹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11) 맵차다: 맵고 차다 ¶ 눈보라가 맵차다.

추위를 시기별로 살펴보면, ‘첫추위’는 그해의 처음 추위이고, ‘봄추위’는 이른 봄의 추위를 가리킨다.

(12) 첫추위: 그해 겨울 처음으로 닥친 추위
(13) 늦추위: 제철보다 늦게 드는 추위. 또는 겨울이 다 가도록 가시지 않는 추위
(14) 봄추위: 이른 봄날의 추위

꽃이 필 무렵의 추위는 ‘꽃샘추위’라고 하고 잎이 나올 무렵의 추위는 ‘잎샘추위’라고 한다.

(15) 꽃샘추위: 이른 봄, 꽃이 필 무렵의 추위
(16) 잎샘추위: 봄에, 잎이 나올 무렵의 추위

제아무리 강추위, 된추위와 함께 칼바람 찬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다가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면 어느새 물러갈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김형배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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