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사, 학교 통제한다는 선입견 바꾸고파”

2016.03.24 11:20:25



이병만 경남 대암초 교감
‘장학이의 교육이야기’ 출간
장학사 8년의 노하우 담아


과거 장학사가 방문하기 전날, 학교는 ‘발칵’ 뒤집어졌다. 교문 앞부터 운동장, 복도, 화장실 할 것 없이 쓸고 닦느라 바빴다. 혹시나 티끌이 눈에 띌까, 학교 구성원은 신경을 곤두 세웠다. 이병만 경남 대암초 교감은 “장학사라고 하면 권위적이고 딱딱한, 학교를 통제하고 간섭하며 괴롭히는 존재로 여긴다”며 “이런 인식은 편견과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감은 최근 ‘장학이의 교육이야기’를 출간했다. 경험을 토대로 장학사에 대한 선입견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그는 지난 8년간 경남도교육청과 창원교육지원청, 김해교육지원청 등에서 장학사로 근무했고 이달 초, 교감으로 전직했다.

장학사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2014년이다. 초등 교육전문직을 대상으로 강의하면서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고 싶었다. 장학사 대부분이 사명감과 자긍심으로 본분을 다하고 있지만, 규정을 제대로 몰라서 학교에 엉터리 요구를 하는 사례도 종종 목격했다.

이 교감은 “장학사의 역할은 학교를 감독·지휘하는 게 아니라 돕고 지원하는 것”이라며 “실제 정부에서도 장학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 ‘지역교육청’ 대신 ‘교육지원청’으로 명칭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장학이의 교육이야기는 현직 장학사와 예비 장학사를 위한 책이다. 장학사가 되는 방법부터 실제 업무 사례, 출장 에피소드, 보고서·계획서 작성법, 교육전문직으로서 알아야 할 사회생활 팁까지 소개한다.

그는 장학사로 재임하면서 ‘빠르게, 다르게, 바르게’를 모토로 삼았다. ‘업무 추진은 빠르게, 작년과 다르게, 무슨 일을 맡든 바르게’라는 의미가 담겼다. 이 교감은 “교육전문직은 힘들 때가 잦지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종”이라면서 “정책을 입안·실천하면서 교육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장학사로서 가장 곤혹스러운 순간은 학교에 공문을 독촉할 때다. 요즘은 과거보다 보고 기일이 촉박하지 않지만, 불가피하게 독촉해야 할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보통 학교 교무실로 전화를 걸어 교감에게 공문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교감은 학교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했다. 대뜸 전화해 ‘공문이 안 들어왔다’고 말하면 상대의 기분이 좋을 리 없다는 것이다.

그의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지정된 일시까지 공문이 들어오지 않을 경우, 다음날 업무관리시스템 메일로 다시 요청한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기안자를 찾아 개별 메일을 보낸다. 이후 메일 수신 여부를 확인한 후 읽지 않은 담당자에게 정중하게 문자를 보낸다.

그는 “두 가지 방법으로 공문이 들어오지 않은 경우에만 학교로 전화를 건다”며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학교를 존중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는 공문 처리보다 수업을 우선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인들은 장학사뿐 아니라 공무원에 대해 딱딱하고 권위적이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과거의 관행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선생님 대부분은 열악한 근무 여건 속에서도 열심히 본분을 다하고 있어요. 교육을 조금만 긍정적으로 바라봐줬으면 합니다.”

<책 속 TIP-학교를 방문할 때>
① 컨설팅 장학이나 지도 점검 등을 위해 학교를 방문할 때는 미리 해당 학교 홈페이지나 신문기사를 검색해 특색교육 활동이나 칭찬 거리를 찾아보세요. 학교의 현안에 대해서도 알아두면 대화의 소재로 활용할 수 있어요.

② 교장, 교감, 행정실장 등 교직원의 현황을 미리 파악하세요. 특히 교육장, 국장 등 상관을 수행할 경우에는 교직원 명부와 교육 수첩을 항상 소지하는 게 좋아요.

③ 방문 목적, 일시, 방문자 수, 소요 시간, 준비 사항 등을 미리 알려주세요. 긴급한 사정이 있거나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학교를 배려하는 것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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