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트랜스젠더 학생들의 학교 화장실 사용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교육부와 법무부는 지난달 13일 학교 내 성차별을 금지하는 법에 의거해 전국 학교에 트랜스젠더 권리 보호 지침을 내렸다. 각 학교에서 트랜스젠더 학생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에 따라 화장실과 탈의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 이 지침의 요지다. 별도의 트랜스젠더 전용 화장실을 만들어 학생들의 신원이 노출되는 것 또한 금지하고 있다. 지침에 대한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따르지 않을 경우 연방 정부의 교부금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지침은 지난 5월 초 노스캐롤라이나주가 ‘성소수자 차별법’을 제정해 트랜스젠더들이 전환 후가 아닌 출생 당시의 성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못 박고, 성차별에 대한 어떠한 소송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에 대해 연방정부가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내에서 트렌스젠더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은 지난 2014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6월을 성소수자의 달로 공식 선언하면서 본격화됐다. 이 선언은 법적으로도 효력이 있는 국가적인 선언으로 성소수자를 법적으로 보호하고 평등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어 연방정부 법무부는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법 제정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교육부가 학교에 지침까지 내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11개 주는 성소수자 법적 보호에 반발하며 연방정부를 대상으로 고소를 진행하고 있다. 각 주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연방 정부를 고소한 주는 조지아, 앨라배마, 애리조나, 루이지애나, 메인, 오클라호마, 테네시, 텍사스, 유타, 웨스트 버지니아, 위스콘신 등이다.
또한 라머 알렉산더 상원 교육위원장을 포함한 25명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국가가 트랜스젠더 학생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서까지 일일이 지침을 내리는 것은 과도한 것”이라며 “지침을 따르지 않는 주에는 교부금을 주지 않겠다고 한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오바마 행정부의 지침은 현행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주 정부의 소송은 트랜스젠더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라며 비난했다.
40명의 민주당 상원의원들도 트랜스젠더 학생들에 대한 보호와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를 비롯한 몇 개 주가 성소수자와 트랜스젠더 학생들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법안들을 통과시키고 있으므로 교육부가 강제성 있는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미국 내 성소수자나 트랜스젠더 수는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윌리암스 연구소가 전체 인구의 약 0.3% 정도라고 추정했을 뿐이다. 더욱이 이른 나이부터 트랜스젠더 수술을 받는 학생은 거의 드물기 때문에 트랜스젠더 학생은 극소수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미 전역이 트랜스젠더 학생 논란을 벌였다는 사실 자체에 더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