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건 알지만… 학생 스토리 만들기 ‘고역’

2016.07.14 21:32:13

학종 시대, 학교 현장은 <상> | 이상과 현실 사이



교원 10명 중 7명 “긍정적” “공교육 살릴 전형”
비교과 부담, 잡무, 학부모 개입 등 선결 과제
‘만능’ 아닌 ‘과도기’ 전형… “확대보다 개선 먼저”


대학 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학교가 술렁이고 있다. 교원 10명 가운데 7명은 ‘학종이 학생을 선발하는 이상적인 방법’이라는 데 동의한다. 다만 학교의 실정과 운영상 드러난 문제를 생각하면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한다. 본지는 기획 ‘학종 시대, 학교 현장은’을 연재한다. 현장 교원들의 생생한 이야기와 사례를 통해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학종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본다. 상편에서는 학종을 둘러싼 고교 교원들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 최근 서울의 강남 지역 고교에서 다른 학교로 발령 받은 A교사. 학교를 옮기자마자 3학년을 맡아 학종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수능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했던 이전 학교와 달리 학종을 중시하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A교사는 “학종의 긍정적인 면은 알지만 이해도 부족하고 생활기록부도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막막해 한숨이 나온다”고 했다. 그를 더욱 괴롭게 한 건 학부모의 시선이었다.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대학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고 인식하더라”며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 B교사는 ‘학종예찬론자’다. 학종이 처음 시행되던 2년 전부터 발표·토론·협동학습이 주를 이루는 수업을 구성했다. 학생들에게 수업의 주도권을 내어주고 관찰했다. “열심히 하면 학종으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학습 동기도 불어넣었다. B교사는 “학종은 수업을 변화시켰고 엎드려 있던 학생도 일으켜 세웠다”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대입의 흐름을 빠르게 읽은 학교 측에서 교사들의 각종 잡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교원 대다수는 성적으로 줄을 세우지 않고 학생 개개인의 흥미와 능력을 살릴 수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학종을 높게 평가했다. 최근 서울교육연구정보원에서 고교 교원 41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학종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73%가 ‘학종은 학생 선발에 적합한 전형’이라고 답했다. 다양한 학생 선발 가능, 학생의 수업 참여도 증가, 특기·흥미 중심의 진로·진학 기회 확대, 수업 개선 등을 이유로 꼽았다. 특히 교권 침해, 교실 붕괴 등을 막고 공교육 정상화를 이끌 수 있다고 인식했다.

하지만 앞서 소개된 사례처럼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원들이 적지 않다. 큰 틀에서 보면 학종이 확대되는 것을 반기지만, 이상과 현실 사이에 괴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교사·학생의 피로도 증가를 꼽았다. C교사는 “대입에서 학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20% 남짓인데 수능과 내신, 생활기록부까지 동시에 관리하는 건 교사는 물론 학생에게도 큰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4월 발표한 ‘2018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 계획’에 따르면 학종의 비중은 전년 대비 0.3%p 증가한 23.6%로 나타났다.

교사의 본분인 ‘가르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현실도 문제다. B교사는 “적지 않은 교사들이 수업을 준비하기에도 어려울 정도로 잡무에 시달린다”면서 “변화하는 대입 제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학교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생활기록부 기록도 스트레스다. A교사처럼 수능을 중심으로 가르치다가 비교과 영역을 지도하고 참신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건 ‘고역’에 가깝다. 교내 활동만 담을 수 있기 때문에 ‘기록용’ 행사를 기획하고 치르는 일도 잦다.

D교사는 “특색 없는 활동을 한 학생도 좋게 포장해 적어줘야 할 때도 있다”면서 “교사의 권한이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학부모가 개입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상황을 누가 알아주겠느냐”며 한숨지었다.

시험 성적으로 선발하는 전형과 달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점도 지적됐다. E교사는 “대학마다 평가 과정과 기준이 다를 뿐 아니라 그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답답할 때가 잦다”며 “당연히 합격할 것으로 예상했던 학생이 떨어졌을 때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고 했다.

안연근 서울 잠실여고 교사(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 수석대표)는 “학종은 앞으로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과도기’에 있는 전형”이라며 “무작정 학종의 비중을 확대하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학교도, 대학도 다가올 학종 시대를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학종은 ‘만능 전형’이 아니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안 교사는 “학생의 학업 능력과 특기, 적성 등을 면밀하게 분석해 전형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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