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가득한 마을 위해 ‘붓’을 들다

2016.08.04 18:26:21

경기 안산 본오중 ‘마을이 학교다!’ 프로젝트
학생 80명이 지역 주민, 기업과 공원 새 단장
인성·진로교육 효과… 공공미술교육 모델 제시


경기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865번지 고산어린이공원. 시설이 노후해 비행 청소년들의 아지트로 전락했던 이곳이 지난달 29일 ‘새 옷’을 입었다. 보도블록을 따라 알록달록 꽃송이와 청소년의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고래가 자리 잡았다. 빈 공간마다 아기자기한 그림이 채워져 야외 미술전이 열린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바닥에 널브러진 쓰레기 때문에 지나다니기조차 꺼렸던 공원이 지역 주민들의 소통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공원의 변신은 학교와 지역사회, 기업의 합작품이다. 경기 본오중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김병욱 교사(미술)와 박세영 교육복지사가 큰 그림을 그린 후 학부모회, 지역 주민, 지방자치단체, 전문가 집단(환경미술협회), 기업(삼화페인트·동양오츠카), 대학(경희대 미술대학·교육대학원)이 힘을 보탰다. 이른 바 ‘마을이 학교다’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공공미술’ 활동을 통해 인성·진로교육을 실시하고 더 나아가 지역사회가 화합·소통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기획됐다. 미술에 관심 있는 학생과 교육복지 대상 학생 80명을 주축으로 진행됐다. 김 교사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안산’을 검색하면 세월호 참사, 방화·인질극 사건 등 불미스러운 뉴스가 먼저 뜨는 걸 보고 학생들이 안타까워했다”며 “지역 이미지를 개선할 방법을 고민하다 학교 주변 공원부터 바꿔보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술세미나, 교과연구모임 등을 통해 프로젝트를 홍보하고 뜻을 함께 할 사람들을 모았다. 심영옥 경희대 교수와 김용남 환경미술협회 회장, 김선순 학부모회 회장 등이 참여 의사를 전해왔고, 김재경 본오1동 동장이 나서 시청과 구청의 승인을 받았다.

심 교수는 “학교, 지역, 학생이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다”며 “중학생들의 진로교육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미래에 교직에 나갈 예비교사 20명과 동참했다”고 전했다.

난관도 있었다. 공원 전체를 꾸밀 각종 미술 재료를 구입하기에는 예산이 부족했다. 한 기업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 교사는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 페인트 회사의 문을 두드렸다”며 “프로젝트의 취지와 사정을 듣고 흔쾌히 지원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삼화페인트 사회공헌팀은 페인트와 각종 부재료를 제공했다.

지난해부터 준비한 프로젝트는 지난 5월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림 그리기 작업은 7월 25일부터 29일까지 이뤄졌다. 닷새 동안 참여한 인원만 150여 명이다. 직접 붓을 들지는 않았지만, 후원을 자처한 주민도 적지 않았다. 무더운 날씨에 고생하는 참가자들을 위해 간식과 식사 등 먹을거리를 준비했다. 소식을 접한 동아오츠카 마케팅팀은 작업 기간 내내 시원한 음료를 제공했다.

공원 바닥과 벽면 등 빈 공간을 캔버스로 삼았다. 무심코 쓰레기를 버리던 공간 자체가 미술 작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중학생과 대학생, 대학원생, 전문가, 주민들이 서로 의견을 내고 조율하면서 그림을 완성했다. 김 교사는 “이번 프로젝트는 마을 문화, 골목 문화가 사라진 요즘 학생, 어른 할 것 없이 한 데 어우러진 소통의 장(場)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했다.

주민 박지혜 씨는 “생기 없고 삭막하던 공원이 이야기가 담긴 그림으로 채워지는 모습만 봐도 즐거웠다”며 “학생, 주민들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무척 행복해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어렵게 완성한 그림이 훼손되지 않도록 마을 주민 모두가 잘 보존하고 가꿔야겠다”고 덧붙였다.

1학년 임유정 양은 “범죄가 많이 일어나던 곳을 예쁘게 꾸미고 밝은 분위기로 만들었더니 범죄가 줄어들었다는 외국의 사례를 접한 적이 있다. 공원이 예전보다 밝아져서 주변 이미지도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2학년 김효진 양도 “바닥에 물감을 칠했을 때의 그 감촉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면서 “친구들과 협동해 그림을 그린 적이 많지 않았는데 함께 그릴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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