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이들 마음 열기, 영화 수업만 한 게 없죠”

2016.10.13 17:12:34

‘아이의 마음을 읽는 영화수업’ 출간
차승민 경남 광려초 교사



15년간 영화 2500여 편 연구해
교육과정과 접목… 수업 이끌어
영화 보기에 대한 편견 안타까워
학생과의 소통·표현력 향상 효과


영화 감상은 여가를 보내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때문에 학습과 영화는 연결 지을 수 없는 것으로 인식하는 게 보통이다. 특히 수업 시간에 영화를 보는 것은 시간 때우기나 노는 것으로 생각했다.

차승민 경남 광려초 교사는 이 같은 편견에 반기를 든다. 그는 “교육 현장에는 여전히 ‘영화 보기=수업 방기’라는 편견이 존재해 안타깝다”면서 “영화는 훌륭한 수업 자료일 뿐 아니라 교육적 가치를 가진다”고 말한다.

차 교사는 최근 ‘아이의 마음을 읽는 영화수업’을 펴냈다. 지난 15년간 영화 2500여 편을 연구하고 수업에 적용했던 노하우를 고스란히 담았다. 영화 감상 수업(이하 영화 수업)의 교육적 가치와 수업 기록, 영화를 통해 학생·학부모의 마음 읽는 법, 교육과정에 적용 가능한 주제별 영화 60편 등을 소개한다. 특히 교사들이 영화를 교육 자료로 받아들이고 실제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제시한다.

차 교사가 영화에 주목하게 된 건 우연한 기회였다. 수업 진도를 다 나가고 책 읽기와 운동으로 시간을 보내다 한계에 다다랐을 때였다. ‘영화를 보면 시간이 잘 지나가겠다’는 생각에 괜찮은 영화를 골라 아이들과 함께 감상했다. 그러다 신기한 경험을 했다. 기대 이상으로 영화에 몰입하는 아이들을 보게 된 것이다.

“뭐가 그리 재미있었을까, 궁금했어요. 질문을 던지자 봇물 터지듯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지요. 평소 말을 잘 하지 않던 학생도 영화 이야기에는 흥미를 가졌어요. 저는 그저 대화에 참여하거나 이야기의 물꼬를 터주기만 하면 되더군요. 그렇게 영화는 소통의 매개가 돼주었죠.”

차 교사의 영화 수업은 특별하면서도 평범하다. 좋은 영화를 함께 감상하고 영화 속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기본이다. 영화를 본 후에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과 이유 △내가 만약 주인공이라면 등의 질문을 던진다. 이를 바탕으로 인상적인 장면이나 캐릭터 그리기, 광고 포스터 만들기, 편지·시 쓰기, 역할극 등의 활동을 해볼 수 있다. 영화 속 주제나 대립되는 가치를 찾아내 토의·토론 수업도 가능하다.

차 교사가 ‘영화 수업 전도사’로 나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영화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에게서 변화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표현력과 의사소통능력의 향상은 교과 수업의 이해도 향상으로 이어졌고, 영화 속 주인공의 상황과 처지를 생각하면서 친구와 가족, 부모의 삶을 이해할 줄도 알게 됐다.

그는 “영화 수업은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을 열어주는 장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사마다 창의적으로 구성, 다양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자신이 알고 있는 익숙하고 재미있는 영화를 학생들에게 소개한다는 느낌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영화 수업의 성패는 영화 선택하기가 좌우한다. 차 교사는 좋은 영화 고르는 방법도 소개했다. 우선 교사가 좋아하는 영화를 골라야 한다. 또 △아이들의 발달과 흥미를 고려한 영화 △교육과정과 연계되는 영화 △주제가 보편타당한 영화 △주제가 밝은 영화 △짧은 상영시간 △수업용으로 검증된 영화 등을 선택해야 한다.

“영화 자체만으로 교육적 가치를 지닌다고 하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수업 형태의 하나로 교사가 선택하고 학생들과 함께 본다면 교육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함께 영화를 본다는 것은 수업 시간에 교과서를 함께 읽는 것과 같아요. 개인주의가 점점 심해지고 배려와 존중에 대해 무감각해진 요즘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그 느낌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수업이 됩니다.”
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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