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상담 좀 해주세요."
3월. 첫 모의고사를 치른 후, 한 여학생이 따라오며 내뱉은 첫 마디였다. 시험 결과가 좋지 않았는지 얼굴이 무척이나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고민을 누군가와 이야기함으로써 그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는 듯 했다.
교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 여학생은 현재 자신의 성적으로는 도저히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른 대학을 선택해 보라고 권유도 해 보았으나 교사인 아버지의 뜻이라며 막무가내였다.
한편으로는 가고자 하는 대학과 학과(OO대 신문방송학과)가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부모의 의지대로 움직여진다는 사실에 서글퍼지기까지 했다. 가끔 부모가 자녀에 대한 지나친 대리 만족으로 인해 자녀의 인생을 망치는 경우도 있다.
대학별로 2006학년도 대입전형이 발표됨에 따라 일선학교에서의 진학 담당 선생님의 마음 또한 다급해지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학생들 또한 자신이 진학하고자 할 대학이 결정되어지지 않은 상태이며 심지어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몰라 안절부절하고 있는 상태이다.
무엇보다 자투리 시간을 할애하여 시작한 진학상담이 학생들에게 명확한 무언가를 제시해 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교사는 상담을 하기 전에 대학 입시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수시 모집, 정시 모집 등)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하여 학생들의 질문에 답해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대학보다 본인의 적성에 맞는 학과 선택이 우선 되어야 한다. 가끔은 자신의 적성이 맞지 않아 중도에 학교를 포기하는 제자들을 만날 때마다 교사로서 책임감을 느낄 때가 있다.
특히 "네 점수로는 거기에 갈 수 없어."라는 식의 부정적인 말은 피할 필요가 있다. 이 한마디에 학생은 자포자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반부터 학생들의 기를 죽이면 더 좋지 않은 상황으로 빠져들게 할 수가 있다. "안되겠지만 조금만 더 열심히 해 보자."라는 희망적인 말에 최선을 다하게 될 것이다.
밤늦도록 야간자율학습으로 지쳐있는 학생들이다. 교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위안이 될 때이다. 매월 치르는 모의고사 결과에 학생들은 울고 웃고 한다. 어차피 입시는 마라톤과 같은 것 점수에 관계없이 칭찬과 위로를 적절하게 할 줄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최후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리자’이듯 일년 뒤 환하게 웃고있을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