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입맛에 맞는 교육만 해야하나?

2005.04.11 12:50:00

전국의 문화재와 볼거리를 사진자료로 남기겠다는 욕심에 휴일이면 집을 나선다. 수시로 떠나는 것을 아는 사람들 중에는 집 떠나면 고생인데 ‘사서 고생을 한다.’고 타박을 하기도 한다. 사실 모두 맞는 말이기에 답변거리를 찾는데 어려움도 있다. 가볼만 하다고 사람들 입줄에 오르내리는 곳은 다 다녀봤지만 갈 때마다 새로운 곳인데 왜 객지에서 고생을 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여행을 떠나야하는 이유가 있다. 여행이나 산행을 하다보면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수시로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이 여행이나 산행을 즐겁게 한다. 경상도나 전라도 사투리를 들을 때는 귀가 쫑긋 세워지고, 동향의 충청도 사투리라도 듣는 날은 혹 고향사람일까 두리번거린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사는 곳, 나이, 직업이 다양하다보니 평소에 느낄 수 없는 인생살이를 두루 경험하는 게 여행이다.

며칠 전, 휴일이면 교회일로 바빠하는 아내와 어렵게 짬을 내 산행을 했다. 그런데 그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왠지 낯설었다. 등산로 초입에서 만난 초등학생 남매는 걷기 싫다고 떼를 써 아빠가 하산 후 선물을 사주겠다며 달래고 있었다. 산허리에서 만난 여대생은 힘들어 도저히 못가겠다며 혼자 하산하려는 걸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정상까지 올라가야 한다.’고 엄마가 닦달을 하고 있었다. 정상에서 만난 어떤 아저씨는 사진이나 텔레비전으로 보면 될 걸 괜히 힘들여 올라왔다고 일행들에게 불만을 털어 놓고 있었다.

사람들의 일상을 보며 합동체육시간을 생각했다. 환경정리로 바쁜 여선생님들에게 짬을 내주려고 5학년 어린이들을 모두 운동장으로 나오라고 해 합동체육을 했다. 가장 기본인 질서훈련을 시킨 후 겨울에 움츠러들었던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달리기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왜 달리기를 하느냐?’며 웅성웅성 불만을 털어놓는 말이 한결같았다.

합동체육을 한다고 운동장에 나오라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자기들이 좋아하는 공놀이를 하며 ‘하하 호호’ 즐거운 시간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거다. 아이들을 위한 일인데 욕 좀 먹으면 어떤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볼이 멘 소리를 못 들은 척 운동장을 뛰게 했다. 요즘 아이들 뛰는 걸 원래 싫어하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능력이 없으면 걸어도 된다.’는 말까지 했다.

몇 바퀴 뛰지도 않았는데 한 아이가 뛰는 걸 거부했다. ‘힘든 걸 왜 시키느냐?’는 거였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내가 계획했던 대로 뛰게 했다. 방과 후 그 아이와 빈 교실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심성이 착한 아이라 뛰게 한 이유를 금방 이해하고 용서해 달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만 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만들어야 하는 게 교육인데 어떻게 아이들 입맛만 맞출 수 있는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게 인생살이인데 나약하면 어떻게 어려운 일을 이겨낼 수 있겠는가? 때로는 아이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싫어하거나 힘들어 하는 것을 교육하며 강하게 키울 필요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뒷받침, 즉 학교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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