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잔치로 하나 됐어요!"

2005.05.01 21:56:00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한 가족처럼 따뜻한 사랑을 나눈다'는 취지로 매달 생일을 맞은 학생들을 축하하기 위해 잔치를 연다. 아름다운 선율로 분위기를 한껏 돋우는 관악부 학생들의 축하 연주와 함께 교장 선생님의 격려사가 끝나면 학교에서 준비한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소박하지만 정성이 담긴 선물을 전달한 후,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함께 미역국을 먹는다.

생일잔치로 인하여 아이들이 느끼는 소속감과 애교심은 실로 대단하다. 가정에서 부모님이 차려주는 생일상도 의미가 있겠으나, 자칫 형식적인 관계로 흐르기 쉬운 학교에서 자신들의 생일을 잊지않고 기억해 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격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결손 가정이나 극빈 가정의 아이들일수록 그런 심정은 더욱 크다.

이처럼 매달 빠짐없이 계속되던 생일잔치도 올해부터는 학급의 특성에 맞게 개별적으로 진행하도록 일임했다. 다만 학교에서는 교장선생님이 직접 쓴 축하 편지와 생일 선물을 준비하여 담임교사가 해당 학생들에게 일일이 나눠주도록 했다. 사실 매달 생일을 맞이하는 학생만도 80여명이 넘는 상황에서 그 많은 학생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생일잔치를 한다는 것이 어쩌면 형식적일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결과다.

학급별로 생일잔치를 시작하자, 담임 선생님뿐만아니라 학생들도 기다렸다는 듯 각종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대개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진행되는 생일잔치는 마치 축제라도 벌어진 듯 웃고 즐기는 자리가 되었다. 가벼운 정성을 담은 선물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이고, 평소 빽빽한 학교 일정으로 인하여 나누지 못했던 대화를 주고받으며 친교를 다진다. 교정의 잔디밭에 둘러앉아 노래를 부르는 학급이 있는가하면 어떤 학급은 아예 중국집으로 자리를 옮겨 자장면 파티를 열기도 한다.

아이들 교과지도와 생활지도 그리고 폭주하는 업무 속에서도 담임 선생님들은 생일잔치를 계기로 아이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가뜩이나 입시준비로 인해 경직될 수밖에 없는 인문계 고등학교의 현실에 비춰볼 때, 생일잔치는 담임교사나 아이들에게 있어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생일잔치를 계기로 돈독해진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야말로 수치로 따질 수 없는 교육적 효과라 할 수 있다.

내가 맡고 있는 학급에서도 매달 생일을 맞은 아이들의 축하 자리가 마련된다. 담임이 개입하기보다는 순전히 학급 반장이 중심이 되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자리라 더 의미가 크다. 값비싼 케이크 대신에 여럿이 함께 먹을 수 있는 초코파이를 준비한 후, 급우들이 축하의 노래를 불러주고 한사람씩 돌아가면서 정성스럽게 쓴 편지를 선물로 나눠주고 기념촬영이 끝나면 초코파이를 나눠먹으며 덕담을 나눈다.

날이갈수록 치열해지는 입시로 인하여 동료들마저도 경쟁의 대상자로 삼고, 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생일잔치는 교육에서 가장 소중하게 다뤄야할 가치가 바로 사랑과 관심이라는 사실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생일잔치를 통하여 아이들은 조그만 사랑과 관심에도 쉽게 감동한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우리 학교의 생일잔치는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촉매제가 될 것이다.
최진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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