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 준비 덜 됐다!

2005.05.07 17:03:00

누가 뭐라 해도 교직은 전문직이며 교육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한다. 대장간에서 만들어지는 호미 한 자루도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거늘 하물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교육은 말할 것도 없다. 요즘 공교육의 신뢰 회복과 질 향상 문제에 맞물려 교원평가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교원의 자질이 교육의 질을 좌우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교육의 질은 교원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처럼 교육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교원의 자질과 능력이 향상돼야 한다. 따라서 교육을 개혁하고 교원의 전문성을 신장시켜 궁극적으로 교육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교원평가라면 원칙적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불안정한 대입 제도를 비롯한 학급당 학생수, 교육예산, 법정 교사 미달사태에 따른 교사당 주당시수 등의 우리나라 교육 여건을 도외시한 채 교육공동체 구성원의 충분한 논의 없이 교육부가 성급히 내놓은 작금의 교원평가 종합방안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교원의 전문성 신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느냐는 실효성에는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교원 구조조정의 전 단계이며, 교직사회를 서열화하고 교사간 점수 따기 경쟁을 가열화 시킬 것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그리고 전문적 행위인 수업 활동에 대한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따라서 교직을 평가하려면 교직 이상의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가, 그 전문성을 평가할 수 있는 고도의 전문가적 식견이 필요하다.

상급학교 진학에 온 관심사가 집중되어 있는 학생, 학부모가 종합예술에 가까운 교육 활동의 독창적인 전문 영역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교육은 ‘콩나물 시루에 물주기’라고 표현합니다. 매일매일 준 물이 한 방울도 남지 않고 그냥 흘러 버린다고 결코 헛수고를 한 것은 아니다. 꾸준히 물을 준 뒤 오랜 시간이 흐르면 모르는 사이에 콩나물은 자라는 법이듯 교육은 하루아침에 그 성과를 얻을 수 없는 법인데 어떻게 단 시간에 그 성과를 평가할 것인가.

더구나 교사들의 숙원사항인 표준수업시수 도입이나 초·중·고 각각 83~96% 수준에 머물고 있는 법정교원 수 확보도 예산처와 행정자치부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교원평가만으로 학교교육의 질이 높아지는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발상은 어불성설이다. 마치 공교육 부실화의 책임을 교사에게 뒤집어씌우는 교원통제정책의 발상으로밖에 비쳐질 수 없다.

정부가 진실로 공교육을 내실화하고 학교 교육의 신뢰 회복을 위한다면 우선 대입제도 개선, 우수교원 확보, 교원처우 개선 등 실질적인 교육 여건을 조성하고 교육공동체 구성원의 충분한 논의를 거친 뒤 ‘공정성과 전문성, 객관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평가제를 도입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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