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결정에 무조건 따르겠어요"

2005.05.18 23:35:00

4월 달에 치른 모의고사 성적 결과가 나왔다. 성적을 분석해 본 결과, 지난 번 성적보다 많이 떨어진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5월 초 중간고사가 끝나고 난 뒤, 아이들 마음이 많이 헤이해진 것 같아 이참에 정신무장을 다시 시켜야겠다고 벼르고 있던 중이었다.

아이들 개개인에게 성적표를 나누어주면서 성적이 떨어진 학생들에게 그것에 대한 사유서를 써오게 하였다. 그리고 성적이 다소 향상된 아이들에게도 다음에 있을 시험에서 좀더 나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라도 예상점수와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는 글을 쓰게 했다.

그리고 수업 시작 5분전에 자리에 앉아 수업 준비를 할 것이며, 점심시간 내지 쉬는 시간에는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자리에 앉아 자습을 하도록 주문을 했다. 만약 이것을 어길 시는 오후에 간단한 벌을 주겠노라고 엄포를 했다.

성적이 떨어진 대부분 아이들의 공통 사항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처음에 결심했던 각오가 무언가에 의해 흐려져 지금은 그 상황이 심각하다라며 넋두리를 늘어놓기도 하였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정신을 차리게 해달라며 때려달라고 하기도 하였다.

그나마 성적이 향상된 대부분의 아이들 또한 현재 자신의 성적에 불만족을 느끼고 있었으며 하물며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가 있을지가 불확실하다며 걱정을 하는 눈치였다. 또한 대학만 가게 해준다면 선생님이 내린 결정에 무조건 따르겠다며 극단적인 표현을 쓴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의 행동에서는 지금 현재의 위치인 고3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없었지만, 아이들 마음은 하나같이 입시에 대한 중압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다만 그 방법을 몰라 아이들은 내 주위에서 서성거리고만 있었던 것이었다. 오죽했으면 아이들은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한다고 했을까?

사실 그랬다. 생각해보니 고3이기에 앞만 보고 가라고만 했지 어떻게 가라고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순간 진정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고지를 향해 무작정 돌진하라고 내몰기 보다는 왜 그곳에 가야만 하는지를 먼저 자각시켜 주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아직까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방황하는 아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마음을 잡고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아이들을 위해 많은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잠깐 쉬는 아이들의 휴식 시간이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달콤한 휴식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다. 최고보다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편하게 비춰지는 날이 빨리 오기만을 기도해 본다.
김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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