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교육을 실천하는 선생님

2005.06.15 12:23:00


점심을 먹고 난 뒤 교정을 산책하는 것이 일상적이 일이 되어버렸다. 잠시나마 누리는 교정의 산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운 휴식이 아닐 수 없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꽃들로 만발한 여름의 교정은 아름답기만 하다. 교정 여기 저기에 활짝 핀 꽃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문득 한 선생님의 얼굴이 아스라이 떠올려진다.

이 아름다운 교정이 있기까지는 한 선생님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선생님은 학교의 환경부장을 맡고 있으면서 매년 3월초가 되면 농촌지도소에서 가지고 온 꽃모종을 교정 여기 저기에 심는다. 그리고 꽃이 피기까지 선생님의 노력은 각별하다. 가끔은 땀으로 범벅이 된 선생님의 모습에서 사람 사는 냄새를 느낄 때도 있다.

점심시간, 꽃을 배경으로 멋진 포즈를 취해 사진을 찍는 아이들의 얼굴위로 행복이 묻어난다. 틀에 박힌 인성교육보다 자연을 벗삼아 생활하는 아이들의 심성은 착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것 때문일까? 우리 학교에는 학교 폭력이 없다. 어쩌면 선생님은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언제부턴가 환경을 생각하는 선생님의 작은 실천 때문에 학교 주변이 깨끗해지기 시작했다. 다른 선생님보다 먼저 출근을 하여 교정을 살펴보는 선생님의 손에는 늘 비닐봉지와 집게가 쥐어져 있다. 교정을 둘러보면서 아이들이 버린 휴지와 쓰레기를 봉지에 주워담는 선생님의 표정은 늘 밝기만 하다. 가끔은 학생들에게 시키라고 주문을 해보지만 선생님은 좋아서 하는 일이라며 대답대신 미소만 지어 보인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이 인사이다. 우리는 과연 누군가에게 몇 번의 인사를 하며 받는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인사를 받는 편인가 아니면 인사를 하는 편인가. 선생님이기에 대부분의 경우 학생들로부터 인사를 받는 경우가 더 많다.

인사를 잘 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라고 강요하는 만큼이나 서글픈 일은 없다고 본다. 그런데 선생님은 늘 학생들에게 먼저 인사를 한다. 처음에는 아이들은 이상한 시각으로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선생님의 진심을 알았는지 인사를 잘 하지 않는 아이들도 머쓱해져 인사를 한다. 산 교육의 실천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출근하여 제일 먼저 듣는 선생님만의 멘트가 있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선생님은 주위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선생님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먼저 인사말을 꺼낸다. 무기력해지기 쉬운 요즘 선생님의 인사는 어떤 것보다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것이 분명한 듯 싶다. 어떤 선생님은 그 선생님의 멘트를 듣지 않으면 하루가 허전하다며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그 만큼 모든 선생님이 그 선생님의 인사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요즘처럼 자신만 알고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는 시대에 선생님의 행동 하나 하나는 귀감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무엇보다 그런 선생님과 함께 근무하는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사실 학교 교정 어느 곳 하나 선생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 지금에야 생각해보니 선생님은 정원에 꽃을 키우고 계신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꿈을 키우고 계신 것이었다.
김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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